2. 지방재정 : 중앙집중 조세제도 개선 지방으로 돈 흐르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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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출범 12년째를 맞은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비정상적인 재정 구조와 운영으로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그래픽 참조>

올해 전국 2백48개 지자체의 평균 자립도는 54.6%에 불과하다.지역 정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인데도 예산의 절반 정도만 지방세 등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마다 각종 수익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아 도리어 재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올 지방선거에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해서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재원 확보=지자체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조세 제도 개선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지방행정연구원 조기현 박사는 "현행 법규상 지방에 기업이 새로 생긴다 하더라도 액수가 큰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이 국세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몇몇 국세 항목을 지방세로 전환하고▶세율 조정권이나 세목 결정권 등을 지방정부에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지방양여금 등의 형태로 각 지자체에 주는 중앙정부 보조금의 지급 기준을 명확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지급하거나 모호하고 복잡한 지급 기준 등은 각 지자체가 정확한 예산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투명한 지출=주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을 어떤 용도와 규모로 쓰는지 알 권리가 있다.행정자치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각 지자체의 재정 현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내역이 보조사업·자체사업 등으로 분류돼 있어 구체적인 용도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공개하는 정보에 정확한 지출 결과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또 지방의회나 상급 기관의 감사를 통해 지적받은 사항은 무엇이며 이를 지자체가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결과 보고서 역시 필요하다.전문가나 시민단체의 평가 보고서 등을 공개하는 것도 일반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한 방법이다. 이러한 감시를 통해 낭비된 예산이 드러나면 환수 조치할 수 있도록 납세자소송법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밖에 단체장이 선심성 행정을 펴는 도구로 전락한 임의단체 보조금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를 구성, 지급 기준·대상·금액 등을 심사해야 한다. 그래야 예비군 훈련장의 시설 보수나 해당 지자체의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 지원을 막을 수 있다. 보조금 지급 후 정산서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현장 실사 등도 병행해야 한다.

◇내실 있는 수익 사업=잘못된 수익 사업 때문에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가 많다. 2000년 전국 3백7개 지방공기업의 결산 결과 2천9백92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방공기업은 ▶비효율적인 구조조정▶부실 경영 및 타당성 조사 결여▶과도한 복리후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속초시는 1999년 속초시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면서 임직원 19명 중 18명을 속초시의 구조조정으로 감축된 인력을 특별 채용했다.

안양경실련 김성균 사무처장은 "이는 정치적 간섭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고 이윤 추구에 제약이 가해지는 등 공기업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을 이를 막기 위해 공기업에 전문 경영인을 채용하고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사업별 실적 공개를 의무화해야 하고 주민 감사청구제 등 견제·감시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을 설립할 때는 심의위원회를 구성,사업 타당성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수과제다.

정리=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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