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수 정체성도 인기에 접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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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보아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에 대해 한국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보아가 일본 최고 권위의 오리콘 앨범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점을 높이 사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우리보다 스무배 이상 큰 세계 2위의 일본 음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이른바 한류(韓流)가 화제가 됐지만 그 실체가 의심스러웠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한국 가수·음악의 해외 진출에 분기점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아의 성공 요인으로는 철저한 현지화를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인디 레이블 마스터 플랜의 이종현 대표는 "일본의 대표적인 초대형 기획사 에이벡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했다. 에이벡스가 아무로 나미에·하마자키 아유미의 계보를 잇는 대형 가수로 일본 가수가 아닌 한국 가수 보아를 결정할 정도로 보아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씨는 "무엇보다 일본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구사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본다. 일본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록이 바탕이다. 댄스 음악도 샘플링(컴퓨터를 이용한 기존 음악 차용)보다는 진짜 악기 연주와 록비트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뮤지션이 일본 주류 대중음악 시장을 뚫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아의 과제로는 '한국 가수'로서의 정체성이 주로 언급됐다. 이종현 대표는 "앞으로 한국말과 한국 노래를 하는 한국인 아티스트로서 정체성과 인기를 어떻게 조화시켜나갈지가 보아의 큰 숙제"라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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