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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3대 연속 배출 '해인사 파워' 봉암사 결사 性徹등 高僧의 인맥 이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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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6일 종정에 오른 법전(法典)스님은 일찌감치 조계종 최고지도자로 꼽혀왔다. 법전 스님이 해인사를 대표하는 방장으로 6년간 별탈 없이 해인총림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해인사는 한국 불교를 대표해온 사찰이고, 실제로 그 법맥이 조계종단의 중심을 관통해왔다. 총림(叢林)으로 불리는 5대 사찰(통도사·해인사·송광사·백양사·수덕사)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이 컸고, 지금까지 종정 9명 중 5명이 해인사 인맥이다.

그중 대표적인 고승이 성철(性徹)스님이며, 그 뒤를 이은 스님이 지난해 말 입적한 전 종정 혜암(慧庵)스님. 법전 스님은 성철 스님의 막내동생뻘에 해당한다. 성철-혜암-법전으로 이어지는 종정 3대가 곧 해인사의 위상을 말해주는 셈이다. 그 사이에 경남 양산 통도사의 월하(月下)스님과 경북 문경 봉암사의 서암(西庵)스님이 중간 중간 종정을 지냈지만, 사실상 80년대 이후 한국불교 최고지도자의 자리는 해인사가 거의 차지해온 셈이다.

해인사의 오늘을 이끌어온 종정 3대, 즉 성철·혜암·법전 스님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해방 직후인 1947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의 결사(結社)모임이다. 현대불교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봉암사 결사'는 식민치하에서 왜색(倭色)에 물든 한국 불교를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성철 스님과 절친한 도반(道伴)이었던 청담(靑潭)스님·자운(慈雲)스님 등 개혁적인 중진 스님들이 결사를 이끌었고 혜암·법전 스님은 그 말석을 차지했다.

한국전쟁으로 결사가 힘들어지자 50년을 전후해 스님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무렵 법전 스님은 성철 스님과 동행해 수행을 돕는다. 50년대 초 상좌가 없던 성철 스님을 마치 상좌처럼 보좌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고 '도림(道林)'이란 법호를 얻는다. 그러다 67년 성철 스님이 먼저 해인사 백련암에 자리를 잡았고, 뒤이어 법전 스님과 자운·혜암 스님도 해인사로 모였다.

성철 스님이 종정의 자리에 오른 것은 81년. 이후 93년 성철 스님이 입적하자 뒤를 이어 혜암 스님이 해인사의 최고지도자인 방장의 자리에 올랐다. 혜암 스님은 94년 원로회의 의장을 거쳐 99년 종정으로 추대됐다. 성철 스님 사후 다른 곳으로 갔던 종정 자리가 다시 해인사로 돌아온 것이다.

법전 스님은 다시 혜암 스님의 뒤를 그대로 밟았다. 96년 혜암 스님으로부터 해인사 방장 자리를, 그리고 99년엔 원로회의 의장 자리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 종정의 자리까지 물려받은 셈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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