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자단축 한인사회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뉴욕주 뉴시티의 사립고교에 유학 중인 외동딸(1학년)을 현지에서 뒷바라지하고 있는 유모(45·여)씨는 딸과 함께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딸이 비싼 사립학교에 유학한 지난 2년반 동안 유씨는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뒷바라지하다 비자기간 만료 직전 한국에 다녀오는 식으로 지내왔지만 이젠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민귀화국(INS)이 지난 21일 "관광비자의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체류기간중 비자 형식을 바꿀수 없다"고 발표하자 미주 한인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어려워진 편법 이민=방문비자로 지난 연말 가족과 함께 워싱턴DC에 온 金모(44)씨는 지난달 방문비자를 취업비자로 바꾸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金씨는 변호사에게 "서류제출을 보류하라"고 부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관망하기 위해서였다.

관광·유학비자로 입국한 뒤 체류신분을 변경해 영주권을 취득한 '편법이민자'는 2000년 미국이민자 1만5천8백30명 중 53.7%(8천4백98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민법이 개정되면 이런 식으로 영주권을 얻는 방법은 원천봉쇄된다.

◇늘어날 조기 유학 포기=유씨처럼 귀국 보따리를 싸야 하는 조기 유학생 가족이 상당수가 될 것이라고 뉴저지주에서 MEK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건석 원장은 말했다.

안원장은 "자녀를 조기 유학시키고 있는 부모들이 '이민법이 바뀌어도 (부모가)남아 있을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하는 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한달마다 비자를 발급받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관광비자로 입국하면 유학비자로 바꾸기 전에 최소 6개월간 미국에 머무를 수 있었으나 앞으론 유학비자를 발급받은 뒤에야 학업을 시작할 수 있어 유학도 어려워질 것으로 현지에선 보고 있다.

◇교민사회의 걱정=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朴모(50)씨는 "한인업소가 70% 이상인 미용업·네일 살롱업과 한식당 등은 편·불법 체류자들을 저임에 고용, 서로 도움을 받아왔는데 앞으론 이것도 어려워져 교민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전체에는 현재 1백10만명의 교민이 있으며 이중 30만명 정도가 불·편법 체류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