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아빠 김C를 바꿔놓은 '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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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룹 '뜨거운 감자'의 리드보컬 김C. 그가 불거진 눈망울 한번 껌뻑이는데, 두툼한 입술 한번 떼는데, 적잖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단 그런 그가 학창시절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진 투수였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안다.

하지만 그가 얼마 전 갓 돌을 지난 딸을 둔 아빠라는 사실은 알고 싶은 사람만 아는 그의 평범한 일상. 그렇다면 튀는 가수 김C의 아기는 돌상에서 무엇을 집었을까. 마이크? 악보? 아니면 돈?

"돌잡이요? 쌀을 확 움켜쥐더라고요. 건강하다는 뜻이래요. 평범해 보이지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결혼 4년 만에 얻은 보석 같은 '우주'가 건강한 아빠 김C를 처음 만나는 순간도 아주 특별했다. 공연을 취소하고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간 김C는 분만실에서 평소 아내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불과 5분 만에 아내는 소리 네 번 지르고 출산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통증을 많이 못 느끼는 산모들이 100명 중에 한 명꼴로 있대요. 저희는 태내환경처럼 조명도 어둡게 하고, 아기도 울리지 않는 인권분만을 시도했거든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모유수유를 했는데 정말 건강해요."

당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배운 그에게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아이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아빠랑 목욕할까?" "이유식 먹을까?""기저귀 갈아줘도 되겠니?"하며 아이에게 동의를 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렇게 그의 생활을 바꿔 놓은 아기는 집안의 분위기는 물론 그의 음악마저 변하게 했단다.

"얼마 전에 새 앨범 작업을 하는데 아내와 우주가 처음으로 녹음실에 왔어요. 마침 우울한 곡을 연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똑같은 멤버들이랑 연습한 똑같은 노래를 연주하는데 아주 밝고 경쾌한 곡이 되는 거예요. 아기 때문에 세상이 다 밝아진 것이죠.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그가 한 말 중에 꼭 믿고 싶은 거짓말 하나.

'반드시 결혼하라. 그리고 꼭 아기는 가져 보라!'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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