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한 의사처방 표준화할 터" 신영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신임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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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비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료계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과학적인 심사기준과 체계를 마련하겠습니다."

신영수(申英秀·59) 신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장은 환자와 의사간 과학적 중재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재정이 과잉 또는 부당진료로 낭비되지 않도록 진료 내역을 감독하는 기관. 원장직은 7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심평원이 의사들의 부당청구를 제대로 막지 못해 건보재정의 파탄이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심평원의 근거없는 부당삭감으로 소신껏 진료할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연간 6억건의 진료 행위와 20조원의 의료비를 심사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병·의원 방문횟수도 연간 10회로 미국 등 선진국의 7회를 능가합니다."

申원장은 심사해야 할 진료내역이 산더미처럼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환자와 의사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합리적 심사기준을 제시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가약 처방이나 신기술 등 비용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크지 않는 진료방식을 바꾸도록 의료계를 설득하겠습니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진료비를 삭감하는 등 강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겠죠. 이를 위해 의사마다 들쭉날쭉한 처방을 효율적으로 표준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포괄 수가제의 확대도 검토 대상이다. 포괄 수가제는 의사의 진료 행위와 상관없이 치료비가 미리 결정되므로 과잉진료의 소지를 줄여 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1978년 미국 예일대 의대 박사 과정 때 포괄 수가제의 개발에 직접 참여한 그는 6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그러나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가 아니라 한국의료관리연구원장(보건산업진흥원의 전신)과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 등을 지낸, 의료제도와 보건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다. 그는 그동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점철된 관행을 깨고 공개 채용으로 임명된 첫 전문가 출신 원장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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