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극' 여성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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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제4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다음 달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 극장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에는 총 7개 부문에 걸쳐 21개국에서 출품된 80여편의 작품이 소개된다.'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모토 아래 1997년부터 격년제로 운영해 온 서울여성영화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연례 행사로 바뀐다.

▶아시아특별전에서는 3회때 대만 여성영화인을 소개한 데 이어 인도 여성영화 감독전을 마련했다. 인도의 전통과 제도적 관습이 근대화의 물결과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문제, 다양한 종교와 여성이 맺는 관계, 특히 이슬람과 여성의 갈등을 인도 여성들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이란의 여성 감독인 타흐미네 밀라니 회고전도 주목할 만하다. 데뷔작 '아이들의 이혼'(89년) 이후 '탄식의 전설'(90년),'두 여인'(99년) 등 여섯 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미라니는 이란의 국가민족주의에 억눌린 이슬람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서 발언해 왔다.

특히 최근작 '숨겨진 반쪽'으로 반혁명이라는 죄목으로 구속된 그녀는 전세계 영화인들의 석방 운동에 힘입어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사건이 여전히 계류 중이라 사형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석방 운동에는 수잔 손탁·마틴 스코세지·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 1천5백여명의 감독·배우·지식인이 참여했다.

▶'한국영화 회고전: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에서는 성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뒤집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미혼모의 기억과 상처를 그린 '야행'(77년·김수용 감독·윤정희 주연)을 비롯해 남녀의 성기를 모두 갖고 태어난 양성구유자의 비극을 그린 '사방지'(88년·송경식 감독·이혜영 주연), 원미경의 파격적인 연기가 돋보인 B급 에로영화 '반노'(82년·이영실 감독)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 홈페이지는 www.wffis.or.kr. 02-583-3598~9.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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