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우릴 두 번 죽이려고 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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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의 성금을 낸 윤청자씨는 15일 아들 민평기 상사를 생각하며 몇 차례나 눈물을 훔쳤다. 참여연대에 대해 “정신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부여=프리랜서 김성태]

“그게 성한 사람이, 정신 있는 사람이 할 일이야? 우리 장병들 두 번 죽이려고 그래. 그러면 누가 죽였단 말이야.”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농촌인 충남 부여군 은산면 금공리. 천안함 사건으로 셋째 아들 민평기(34) 상사를 잃은 윤청자(67)씨는 15일 자택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흐느꼈다. 분함과 서운함 그리고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온 할머니의 반응이다. 윤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렬 목사가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방북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사람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우리 같은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멋대로 행동하니 답답해.”

그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천안함 희생자 유족 초청 오찬 행사 직전 1억원짜리 수표를 성금으로 내놓았다.

“소총, 작은 무기 하나라도 만들어 우리 아들 한을 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이지. 더 많은 돈을 기탁해야 하는데…. 적지만 큰 보탬이 됐으면 해. 자식을 가슴에 묻고 뭘 잘했다고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겠어. 다른 유가족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죄인이야….”

윤청자씨(왼쪽)가 4월 29일 천안함 영결식 중 강기갑 민노당 대표에게 “ 왜 북한에 퍼주십니까.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라고 항의하 고 있다. [중앙포토]

윤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성금을 내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식 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로 자신을 소개한 그다. 윤씨는 편지에 쓴 대로 자신의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했다. “돈 1억원 적지만, 무기를 구입해 우리 영해·영토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그리고 정부가 강하게 나갈 것을 주문했다. “북한에서 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는데 뭘 더 머뭇거려. 일부 야당(민주당)이 저러는 것도 못 마땅해. 그들은 우리 국민 아닌가. 왜 의문을 가지는 건지 모르겠어.”

정치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치 하시는 분들 안보만큼은 하나 되고 한목소리 돼야 해. 반대를 위한 반대하지 말고, 당을 위한 안보 말하지 말고”. 이 대목에서 윤씨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언급했다. “평소 강기갑 의원을 좋게 봤어. 그러나 천안함 사건 때 보니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퍼부었어.” 4월 29일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윤씨가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라고 항의하며 땅을 쳐 주위 사람들을 숙연케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야기는 다시 아들로 이어졌다. “죽기 이틀 전(3월 24일) 전화가 왔어. 곧 휴가 나온다고. 보신탕 끓여 주려고 했지. 그런데 사고가 났어. 평기가 작년까지 배를 타기로 했는데 진급 때문에 배 타는 것을 6개월 연장했다가 사고를 당했어. 어릴 때 제대로 먹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평기에게 원 없이 먹이고 싶어.”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천안함 희생자 유족성금 중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한 윤청자씨를 위로하며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윤씨는 장가도 가지 못하고 죽은 아들 생각만 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들을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방안에 있으면 평기가 생각나 못 앉아 있어. 온몸 쑤시고 마음이 아프지만 논밭으로 나가 풀을 뽑는지 콩을 뽑는지도 모르고 정신 없이 일을 해. 그래야 아들 생각이 나지 않지. 평기 아버지(민병선·72)도 방안에 못 있어. 매일 밖으로 나돌아. 술·담배로 폐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까지 한 양반인데 평기를 못 잊어 다시 술을 먹어.”

윤씨는 이사를 가지 않고 지금의 집에서 평생 살 것이라고 말했다. “손바닥만 한 논밭이지만 농사나 지으려고 해. 이사를 가지 않고 여기서 살 거야. 그래야 평기가 살아서 돌아오지.”

윤씨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소망이 하나 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어린이들이 대학까지 다닐 수 있도록 장학재단 하나 만들었으면 해. 애들이 밝고 명랑하게 자랐으면 하는 게 내 소원이야”라고 말했다.

부여=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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