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감은 생생한데 리얼리티가 … 3D 중계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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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청용 선수가 TV 밖으로 걸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는 3D TV 광고 화면. [삼성파브 제공]

◆원근감 풍부 박진감 부족=전용안경을 쓰자마자 확 다가오는 공간감. 녹색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마치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의 캐릭터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화면은 일반 중계(속칭 2D)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다. 경기당 카메라 32대가 가동되는 일반 중계에 비해 3D 카메라는 주요 지점에 8조(2대가 1조)만 설치·촬영하기 때문이다.

‘3D스러움’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골킥이나 세트피스(프리킥·코너킥) 상황. 특히 골대 앞 골키퍼가 상대 골문을 향해 킥을 할 땐 앞으로 쭉 뻗는 장거리슛이 실감 났다. 코너킥 땐 키커 위치에서 바라본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라운드의 선수와 멀리 보이는 관중석을 한꺼번에 잡아서 원근감을 만끽하게 하는 카메라워크가 자주 사용됐다.

반면 선수 클로즈업은 거의 없었다. 흩날리는 땀방울과 격렬한 태클 장면 등이 리플레이되지 않으니 ‘리얼리티’는 오히려 반감된다. 경기장 전체를 내려다볼 때나 화면상 횡으로 질주하는 선수를 따라갈 땐 2D와 전혀 차이점이 안 느껴진다. 가장 효과적인 카메라워크를 테스트 중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눈 여겨 볼 것은 경기 중 ‘FIFA’라는 글씨를 화면 맨 앞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것. 지금은 로고 수준이지만, 가상광고가 3D로 활용될 때 파급력이 예상된다.

◆한국전 2경기 포함=이번 월드컵 3D 중계는 미국 스포츠중계전문업체 ESPN이 맡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장비 지원을 받아 매일 1경기씩, 주요 25경기를 중계한다. 한국 경기는 17일 밤 아르헨티나전과 23일 새벽 나이지리아전이 해당된다.

SBS는 월드컵 기간 동안 시범방송 채널인 지상파 66번(UHF)을 통해 3D 생중계를 하고 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3D 전문채널(1번)도 SBS에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방송 중이다. 안방에서 보려면 3D TV가 있어야 한다. 삼성·LG전자 등 가전사들은 3D TV가 현재까지 15만 대 정도 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한국전 3D 중계를 볼 수 있다. CGV는 영등포 스타리움 등 전국 35개관에서 한국전 2경기를 상영한다. 롯데시네마·시너스·메가박스·프리머스 등도 3D 상영에 나서 전국적으로 경기당 2만 명 정도가 3D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전 입장료는 1만5000원, 심야(새벽) 상영인 나이지리아전은 1만원이다. CGV 홍보팀 이상규씨는 “아르헨티나전은 총 7000석 중 80% 정도가 팔렸고, 나이지리아전 예매율은 50%”라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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