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샘표 양조간장 501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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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샘표식품은 1946년 서울 충무로에서 창업했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양조장을 박규회 사장이 인수했다. ‘샘표 간장’이라는 상표가 붙은 것은 54년이었다.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였다.

가정에서 간장 담그는 일이 줄어들면서 샘표 간장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들어 여유가 생긴 중산층들이 일본 수입 양조간장을 찾는 일이 늘어나자 88년 박승복(현 샘표 회장) 사장은 고급 양조 간장 개발을 결심했다.

양조간장은 장기 발효 과정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고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프리미엄 양조간장을 만들기 위해선 원료인 고급 탈지 대두와 통밀을 적절히 섞어야 했고, 2~3개월이던 발효 기간도 6개월로 늘려야 했다.

개발기간은 1년 넘게 걸렸다. 일본 기코만식품으로 수차례 벤치마킹 출장을 떠난 오경환(현 상무) 연구개발 부장은 기코만 관계자를 졸라 겨우 미생물 발효실에 들어갔다. 기코만 간장의 맛에 특별한 발효 미생물의 비밀이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 그는 숨을 일부러 깊이 들이켰다. 그런 후 조심스럽게 발효균이 묻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코딱지를 밀봉해 와 연구팀에 넘겼지만 발효균을 채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할 수 없이 100% 국내 기술로 연구가 계속됐다. 첨단 설비도 새로 들여왔다. 발효숙성 탱크는 한국에서, 콩과 소맥을 압착하는 장치는 일본의 야마자키철공소에서, 미생물을 발효시키는 장치는 일본의 나가다양조기계에서 확보했다.

소맥과 대두의 적절한 혼합비율을 찾기 위해 수백 번 테스트를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기도 이천 지하 150m 깊이의 지하수를 확보하면서 원하던 고급스러운 맛이 나오기 시작했다.

89년 드디어 고급 양조간장 개발이 완료됐다. 단백질 함량이 일반 간장인 1.0%, 고급 간장인 1.3%보다 높은 1.5%였다. 이를 강조하는 숫자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1.5를 거꾸로 해 발음하기 쉽게 바꾼 501이란 숫자에, 특별하다는 영문(Special)의 알파벳 첫글자 S를 붙여 ‘501S’로 정했다. 박 사장은 1000mL 한 병에 3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사내 의견을 물리치고, 일반 간장 수준인 1500원으로 결정했다.

현재 70여 개 제품이 경쟁하는 간장 시장에서 ‘샘표 양조간장 501S’는 한 해 200억원이 넘게 팔리면서 점유율 1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팔린 양은 약 14만7455kL. 지금은 없어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수영장(45만5000L)을 324번 채울 만한 양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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