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에선 힌두-이슬람교도 왜 싸우나요 500년 종교갈등… 聖地다툼서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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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최근 신문과 TV를 통해 인도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왜 이러한 참혹한 일이 일어났나요.

인도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만 무려 7백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아요디야시에서 힌두교 사원을 짓기 위한 집회에 참석했던 힌두교도 수백여명이 지난달 25일 인도 서쪽 구지라트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열차 안에는 이슬람교도들도 타고 있었는데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 여성을 괴롭히거나 먹을 것을 파는 이슬람 소년들에게 돈도 안주고 음식을 가져가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이에 분노한 일부 이슬람교도가 열차에 불을 질러 안에 있던 힌두교 아녀자 등 58명이 불에 타거나 질식해 숨졌어요. 이 소식을 전해들은 힌두교도들이 아마다바드 등 주요 도시에서 이슬람사원에 돌을 던지고, 이슬람교도들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상점과 주거지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동을 일으키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간의 미움은 왜 생겼나요.

이슬람교도들의 인명 피해가 컸던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에서는 1969년에도 큰 싸움이 벌어져 1천여명이 사망했습니다. 한번 싸움이 났다 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종교간 다툼이 5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워낙 뿌리 깊다는 데 있습니다.

이슬람교도인 무굴제국 제1대 황제 바부르가 1526년 인도를 정복하자 인도 곳곳에서 이슬람교도들이 힌두교 사원을 파괴하기 시작했어요. 유일신을 섬기는 이슬람교도의 눈에는 여러 신을 섬기는 힌두교가 '우상숭배'로 보인 거지요. 그때 파괴된 사원 중에는 라마신을 모신 사원이 있었는데 이슬람교도들은 아요디야에 있던 이 사원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짓고 황제 이름을 따 바브리 사원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힌두교도들이 1992년 라마사원을 다시 짓기 위해 바브리 사원에 몰려가 삽과 곡괭이 등으로 부숴버리자 이에 반발하는 이슬람교도들과의 충돌이 발생,2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요.

3.그 후 힌두교도들은 원하는 대로 그 자리에 새 사원을 지었나요.

아닙니다. 1992년 사원 파괴 이후에 그 자리와 주변의 땅은 정부가 사들였습니다. 싸움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였지요. 힌두교도들이 지난 15일 라마사원을 짓기 위한 행사를 열기 위해 아요디야에 모여들었으나 "분쟁장소에서는 어떠한 종교의식도 치를 수 없다"는 정부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곳으로부터 1㎞ 떨어진 곳에서 의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4.힌두교도들은 왜 꼭 아요디야에 라마사원을 지으려는 건가요.

아요디야는 힌두교도들에겐 성지(聖地)로 손꼽힙니다. 아요디야란 지명은 『삼국유사』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가야 시조인 김수로왕이 바다 건너 '아유타(阿諭陀)'에서 온 외지 처녀(나중에 허왕후가 됩니다)와 결혼했다는 대목이 나오는 데 여기서 말하는 아유타가 바로 아요디야입니다. 영웅신인 라마신을 모셨던 이 자리에 이슬람사원이 서 있는 것을 보며 힌두교도들은 분통을 터뜨려왔어요.

1984년부터 힌두민족주의 단체인 세계힌두교협회(VHP)는 바브리 사원 자리에 라마사원을 지으려는 운동을 벌여왔고, 일부 정치인은 인도 국민에게 라마사원을 짓겠다고 약속해 선거에서 표를 얻기도 했습니다.

5.싸움을 말릴 방법은 없나요.

이슬람교도는 인도 전체 인구(10억명)의 13%를 차지합니다. 인도에서 떨어져나간 파키스탄에 사는 이슬람교도 수보다도 많습니다. 물론 힌두교도 수는 8억명이 넘습니다. 처음에 인도 정부는 신도 수에 관계 없이 모든 종교를 똑같이 대우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90년대 들어 힌두 민족주의를 내건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 당이 힌두교를 중심에 두고 정치를 한 탓이지요. 이 당엔 힌두교를 열렬히 믿는 열성파 신도들이 많이 포함돼 있고,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현 총리로서는 이런 사람들이 지지해주지 않으면 정치를 계속 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싸움은 계속될 거예요.

6.인도는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과도 싸우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두 나라는 옛날에는 한 울타리 안에 있었어요. 비폭력을 부르짖던 마하트마 간디 아시죠. 46년 8월 캘커타에서 일어난 종교분쟁으로 사흘 동안 무려 6천명이 피를 흘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간디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어요.

그러나 간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인도에서 파키스탄(이슬람국가)이 분리됐습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다스리면서 두 종교가 힘을 합해 영국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이간정책(분리·통치)을 썼어요. 그 바람에 사이가 더 벌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되자마자 두 나라 접경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을 차지하기 위해 세번에 걸쳐 큰 전쟁을 벌였습니다. 지금도 카슈미르 지방에선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고, 두 나라는 큰 전쟁에 대비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어요.

◇인도 종교분쟁 최신 뉴스·정보

▶영국 BBC방송(http://news.bbc.co.uk/hi/english/world/south_asia/newsid_1875000/1875417.stm)

▶인도 영자지 힌두스탄 타임스(http://www.hindustantimes.com/nonfram/170302/ayo.asp)

◇아요디야 사원 관련 정보

▶저서 『아요디야와 그 이후』(인도의 목소리 간행·http://www.bharatvani.org/books/ayodyha)

◇인도 종교 관련 일반정보

▶미 의회도서관(http://lcweb2.loc.gov/frd/cs/intoc.html)

▶인도 정부 홈페이지(http://goidirectory.ni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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