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철강관세 반대 발언 부시 "체면 안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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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부과에 반대한다"는 폴 오닐(사진)미 재무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미 미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유럽·일본·한국·중국 등 주요 철강수출국들이 거세게 반반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의 핵심 장관이 이렇게 말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오닐이 최근 뉴욕의 외교관계협의회(CFR)초청 연설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닐은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철강관세 부과에 반대했다"면서 "이 조치는 철강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보호할지 몰라도 다른 분야의 더 많은 일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유무역의 리더로서 미국의 이익에도 해가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회사(알코아)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오닐은 직설적 화법으로 이미 몇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공화당이 기업가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한 것을 놓고 비아냥댔다가 정치인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재임 1년 남짓 동안 해임설도 몇번 나돌았다.

한편 오닐의 발언이 철강수출국에 좋은 빌미가 될 것으로 우려되자 백악관과 재무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의 언급은 "관세부과 조치가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며,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오닐의 입지가 흔들릴 소지도 있다고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들은 말한다.

'충성'을 각료의 최고 덕목으로 꼽는 부시 대통령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시점에 문제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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