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택 중과세 새해부터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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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양도세를 많이 물리는 방안을 당초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양도세 중과세의 시행과 연기를 놓고 벌였던 논란은 경제개혁이란 명분과, 침체된 경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연기론을 주장해 온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도록 맡겼지만, 결론은 양도세 중과 쪽으로 났다. 이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 부총리의 입지는 감안해 주되 '개혁 추진'이라는 명분을 버릴 수 없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이 부총리와의 회동에서도 예산안 처리 문제와 함께 '1가구 3주택 중과세'와 관련, 이 같은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당초 이 부총리는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는 낮추되 재산세 등 보유세는 올리자'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의 도입 등을 추진하면서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집을 팔 기회를 주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1년 정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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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와대가 연기론을 주장해온 이 부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향후 이 부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경부는 최종 결정해야 하는 연말까지 보름여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한도 실시론 결정의 현실적인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야당 등의 반대로 종합부동산세법 등의 연내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만큼 양도세 중과조치의 연기 검토를 정부가 먼저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결정은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넘쳐나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 마당에 양도세 중과대상 아파트들이 세금을 피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先) 미분양 주택 대책 마련, 후(後) 양도세 보완'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여부는 내년 초 종부세 법안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될 때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보유세제 개편을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선 집을 팔 때 매기는 '준 거래세' 성격의 양도세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양도세 중과 시행을 발표하면서 '시행 후 실태를 점검해 보완 여부를 검토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향후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양도세 중과세 유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 혼선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부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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