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인혁당 등 과거사건 국정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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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을 주장했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13일 오전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조용철 기자]

▶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철우 의원을 위한 구국 촛불기도회'에 참석한 이 의원이 가족과 함께 기도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가입했었다는 주장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거친 대치가 13일에도 지루하게 계속됐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선 자성론도 나오기 시작, 그것이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거친 공방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대치=열린우리당은 전날 유신 이후 시국사건 전반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한 데 이어 이날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1964년과 71년 인민혁명당▶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85년 서울노동조합연합 등 사건과 김근태(현 보건복지부 장관) 고문 사건, 그리고 한명숙 의원이 관련된 사건(크리스챤아카데미) 등이 그것이다.

비대위 유기홍 의원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89년 (방북했던) 서경원 의원과 화가 홍성담씨를 당시 안기부에서 엄청나게 고문했다"고 덧붙였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87년 안기부 지하 1층 139호실의 (고문)기억'이라는 글을 통해 제헌의회 그룹 사건을 환기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철우 의원을 감싸려고 무리수를 쓰면 쓸수록 국민은 여당의 정체성을 더 의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 사건에 대한 객관적 진상규명을 위해 여당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 자성=당사자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자신을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나의 감옥생활은 '요나'가 들어가 있던 거대한 물고기의 뱃속 같은 독방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다시스'로 가는 요나 이철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요나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반대편(다시스)의 길을 갔던 성경 속 인물로, 이 의원이 성경에 빗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편향된 길을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확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대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권이 과거사를 거론하며 정략적 공세에 나섰을 때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지향적 정치를 하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 의원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이상 정치적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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