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IT의 힘으로 흑백 경제격차 극복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정보기술(IT)은 제2의 황금 광맥이다.”

다이멘션데이터의 은카바 아프리카 담당 회장.

아프리카 최대 IT 업체인 다이멘션데이터(Dimention Data)의 안딜레 은카바 아프리카 지역 회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를 묶어서 IT시스템을 만들고 컨설팅하는 일이 주업이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축구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와 더반 등 다섯 경기장의 IT 시스템을 다이멘션이 구축했다. 은카바 회장은 남아공의 저명한 흑인 비즈니스 리더다. 대학캠퍼스처럼 아늑한 요하네스버그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은카바 회장은 “황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광산업이 지금껏 남아공 경제를 이끌어왔다. 이제 IT라는 새로운 동력의 힘으로 질주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남아공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6%는 IT산업의 몫이다. 기존 성장엔진인 광산과 제조업이 각각 10%와 11%인 걸 감안하면 적잖은 비중이다. 은카바 회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광산업에 비해 IT는 빠르게 크는 신생 업종”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경제 특성에 비춰 IT는 흑인들의 새로운 고용창출원이 되고 있다. 일찍이 광산·제조·금융업은 인구의 10%도 되지 않는 백인 차지였다. 흑인 종사자들은 주력 업무를 맡지 못하고 허드렛일이나 하기 일쑤였다. 오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t)’, 즉 인종차별 정책 탓이었다. 흑인은 값싼 노동력일 뿐이고 중간간부 이상이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IT는 인종차별이 폐지된 1994년 이후 태동·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다르다.

실제로 다이멘션의 요하네스버그 본사 곳곳에는 흑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서버 관리·운용 등 고도의 IT 기술자가 많았다. 흑인 여성인 만디사 닛로코 마케팅 이사는 “흑인이 우리 회사 전체의 30%가량이다. IT는 흑백 경제 격차를 줄이는 데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IT가 남아공에서 귀하디 귀한 흑인 중산층의 텃밭이 된다는 얘기다. IT 업계는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린다. 1분기 실업률 공식 통계만 24.2%에 달하는 이 나라에서 아주 반가운 현상이다.

사내 골프장까지 둔 다이멘션데이터의 요하네스버그 본사 전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회사로서 흑백 인종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다이멘션데이터 제공]

남아공 정부도 적극적인 태세다. 통상산업부의 봉아니 루켈레 대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IT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2000년 이후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에 집중 투자해 왔다”고 밝혔다. 이노베이션 허브란 남아공의 실리콘밸리다. 요하네스버그 북쪽 50㎞ 부근 프리토리아에 자리 잡았다. 도시 자체가 커다란 사바나식 정원 같았다.

남아공 IT 산업의 또 다른 거점은 요하네스버그 SW센터다. 아프리카 환경에 맞는 SW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모리 등 고사양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미국식 SW는 아직 사양이 낮은 아프리카 지역 PC에는 분에 넘친다. 저사양 SW를 개발해 아프리카 전역에 뿌리겠다는 야심이다.

미 IT컨설팅회사 가트너는 남아공이 이스라엘과 맞먹는 SW 개발국으로 크고 있다고 평가했다. IBM과 유니시스·마이크로소프트·인텔·델·노벨·컴팩 등 미국의 세계적 IT 업체들이 남아공 업계에 SW 개발과 제작을 맡기고 있다.

남아공 토착 IT 메이저도 탄생했다. 다이멘션과 텔콤SA는 남아공 토종 IT업체로 이 나라 굴지의 기업이 됐다. 이들은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다. 다이멘션의 제이슨 굿올 사장은 “아프리카는 IT 낙후 대륙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애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아공 IT 업계에 이번 월드컵은 절호의 기회다. 자신들이 구축한 통신과 보안·운송·경기기록과 입장객 관리 등 초대형 IT 인프라를 통해 역량을 보여줄 무대라는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조직위원회도 IT 업계의 뜻에 공감해 해외 굴지의 업체들에 앞서 다이멘션 등 자국 IT 기업에 시스템 구축을 기꺼이 맡겼다. 조직위원회 IT 책임자인 품나니 모홀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처음에는 남아공 IT 능력을 믿지 못하다가 함께 일해보고 신뢰했다”고 전했다.

요하네스버그·더반 = 강남규 중앙선데이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어떤 나라(2009년 말 현재)

● 인구4932만 명

● 면적122만 ㎢(남한의 12.2배)

● 국내총생산(GDP)2872억 달러

● 통화랜드

● 인종흑인(79.3%), 백인(9.1%), 아시아계(9%)

자료:미국 중앙정보국(CIA)


다이멘션데이터는 어떤 회사(2009년 말 현재)

● 연 매출39억7310만 달러

● 영업이익1억9290만 달러

● 당기순이익1억4540만 달러

● 종업원 수1만1000명

● 증시 시가총액16억8000만 달러 (지난 11일 현재)

자료:다이멘션데이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