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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병이다 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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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거미형 인간'을 아십니까.

팔과 다리는 가는데 몸통은 뚱뚱한 체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의 특징은 체중계의 눈금은 정상인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나 배는 볼록 튀어나와 있다. '마른 비만'인 셈이다.

마른 비만의 의학적 기준은 체질량 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는 25 이하의 정상 체중이면서 허리둘레는 남성의 경우 90㎝(35인치), 여성의 경우 80㎝(31인치) 이상인 경우.

마른 비만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 비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거미형 체형이 일반 비만보다 건강에 더 해롭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金모(45)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金씨는 1백60㎝의 키와 60㎏의 체중을 갖고 있다. 체질량지수는 23을 약간 웃도는 정상. 그러나 金씨의 허리둘레는 84㎝(33인치)로 전형적인 거미형 체형을 갖고 있다.

팔과 다리의 근육이 적어 체중은 적지만 체지방 측정 결과 金씨의 뱃속엔 6㎏이나 되는 내장 지방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장 지방이야말로 고혈압·동맥경화·당뇨·심장병·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다. 내장 지방은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려 성인병 발생의 도화선 역할을 한다.

연세대 의대 내과 허갑범 교수팀이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천1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마른 비만으로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 일반인 대비 발병 가능성이 당뇨는 10배, 고혈압은 1.8배, 지방간은 9배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2.5배 증가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대사(代謝)증후군의 증가.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당뇨·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등 각종 성인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허교수의 연구 결과 마른 비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무려 8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교수는 "한국인 2명 중 1명은 뇌졸중과 심장병·당뇨 등 성인병으로 숨지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마른 비만에서 비롯된 대사증후군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마른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인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란 결론.

허교수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통해 팔과 다리의 근육은 키우고 뱃살을 빼는 것이 거미형 체형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충고했다.

문제는 마른 비만에 관한 한 동양인이 더 불리하다는 것.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팀이 미국 컬럼비아대와 공동으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비만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같은 체격이라면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내장에 지방이 훨씬 잘 끼는 것으로 밝혀진 것.

겉보기로 뚱보는 서양인이 많지만 속으로 곪은 마른 비만은 한국 등 동양인에게 많다는 뜻이다.

박교수는 "체중계 눈금에선 정상이지만 실제 뱃속에 내장 지방이 낀 마른 비만인 경우가 70%에 달한다"며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보거나 병원에서 체지방 분석을 통해 마른 비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체지방 분석은 비만 전문 병·의원에서 가능하며 2~3분 걸린다. 비용은 2만~3만원. 오는 20일부터 한달간 진행되는 대한의사협회의 이동 비만버스 행사에 참여하면 무료로 분석받을 수 있다 (장소 및 일시 문의는 02-797-8177).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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