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왜 겉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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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산업연수생제와 병행 실시하고 있다는 부담▶불법체류자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점▶절차가 복잡하고 비자 발급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 크게 세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산업연수생과 고용허가제 중 한 제도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 고용허가제를 이용하려는 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까지 고용허가제를 신청한 176개 업체가 심사 과정에서 산업연수생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불법체류자가 줄지 않고 여전히 외국인력의 불법 공급루트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고용허가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말 13만8000명까지 줄었던 불법체류자는 지난 10월 말 현재 18만4000명으로 다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출국수준(월 4000~5000명)으로 볼 때 불법체류자를 5만명 수준으로 낮추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허가서를 받으려면 한달간 내국인 우선 구인노력을 했다는 증명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도 걸림돌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국싸이론 이규연(여) 회장은 "하루가 급한 중소기업이 내국인 우선 고용 절차를 밟기 위해 한달간 설비를 놀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통 10일 걸리는 비자가 고용허가제 근로자의 경우 한달 정도 걸리는 등 비자 발급이 까다롭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인력 도입 주체인 만큼 심사가 까다롭기도 하지만 노동부와 법무부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산업연수생 고용 여부, 근로자의 불법체류 경력 등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국내업체에서 일한 지 100일 된 필리핀인 F씨는 "비자를 받기가 너무 까다롭다. 주변에 능력이 있는데도 비자가 안 나와 못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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