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강렬 멜로디 올 그래미 하드록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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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싱글 '크롤링'으로 올해 그래미 최고 하드록 연주상을 받은 린킨 파크는 기타리스트 브레드 델슨과 래퍼인 마이크 시노다가 먼저 만난 뒤 드러머 롭 버든과 DJ 조셉 한, 보컬리스트 체스터 베닝턴을 영입해 결성한 그룹이다.

이들은 강렬한 랩 코어에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엮어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이 2000년 발표한 데뷔 앨범 '하이브리드 시어리(Hybrid Theory)'는 지금까지 7백만장 이상 판매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인기 가수들을 제치고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됐다.

린킨 파크의 매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한번만 들어도 귀에 착 달라붙는 흡인력 강한 멜로디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연주다. 여기에는 한국계 멤버 조셉 한의 영향이 크다. 조셉 한은 림프 비즈킷이나 크레이지 타운 같은 여느 랩 코어 밴드의 DJ들과 달리,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스크래칭을 자제하는 대신 풍부한 배경 음악과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데 주력해 린킨 파크의 음악을 세련되게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시어리'에는 모두 열두곡이 들어있는데 그 가운데 다섯곡이나 싱글로 커트돼 모두 빌보드 모던록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앨범 수록곡들은 완성도 면에서도 모두 뛰어나다.

그 가운데 팝적인 멜로디와 헤비한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룬 '페이퍼컷', 랩 코어 매니어들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는 콘의 노래들과 비슷한 진행을 보이는 '원 스텝 클로저', 춤을 추는 듯한 리듬과 절도있는 박자가 몸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드는 '포인츠 오브 오서리티', 감성적인 목소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크롤링', 풍부한 화음의 '인 디 엔드'가 특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나중에 싱글 커트된 '인 디 엔드'의 경우 오랜 기간 빌보드 모던록 차트 1위에 올라 있다. 이는 린킨 파크의 인기가 앨범 발매 1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미 수상 탓인지 한국에서도 이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어리' 원래 CD에 라이브 실황 세곡과 미발표 노래 두곡을 담은 보너스 CD를 한데 묶은 리패키지 앨범도 발매돼 록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몇몇 한국 공연기획사들이 이들의 내한 공연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멤버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한국 공연이 성사될지 관심이다.

김봉한<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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