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더 오를 곳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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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2차전 승부차기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우승한 수원 선수들이 경기 직후 시상식에서 K-리그 우승컵을 번쩍 치켜들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선수는 서정원. 수원=김태성 기자

2004년 프로축구의 결론은 수원 삼성이었다.

210분(1차전 90분+2차전 120분) 동안 한 골이 터지지 않아 끝내 승부차기로 결말이 났다.

2차전. 연장전마저 0-0이 된 뒤 수원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 수원의 다섯번째 키커 우르모브의 성공으로 수원이 4-3으로 앞선 상황. 포항의 다섯번째 키커는 골키퍼 김병지였다. 라이벌 이운재(수원)와 김병지는 11m의 거리에서 마주섰다. 김병지가 성공하면 여섯번째 키커로 가지만, 이운재가 막으면 수원의 우승. 김병지가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바닥에 깔아 찬 슛은 슬라이딩한 이운재의 손에 막혔고, 길었던 승부는 끝났다.

수원이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겨 우승컵을 차지했다. 1999년 우승을 끝으로 늘 '우승후보' 소리만 듣다 말았던 수원은 차범근 감독 부임 첫해에 K-리그 패권을 찾아오면서 존재를 분명히 알렸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던 최순호 포항 감독은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게 됐다.

포항으로서는 원망스러운 수원경기장의 골대였다. 전.후반 한 번씩,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또 한 번. 세 번의 슛이 수원의 골대를 맞고 나왔다. 그중 이민성의 슛이 두 개였다. 전반 28분 수원 진영에서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잡은 이민성의 중거리포는 '텅-'하고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갔다.

후반 14분에는 수원 수비수 두 명이 부실하게 다룬 공을 포항의 코난이 뛰어들며 공을 빼내 강슛을 날렸다. 또다시 '텅-'.

수원도 전.후반 여러 차례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나드손-마르셀 콤비에, 미드필더 김두현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득점을 노려봤지만 조금씩 정확성이 떨어졌다. 후반에는 나드손이 빠지고 김동현이 들어와 마르셀과 호흡을 맞췄지만, 득점에는 역시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수원은 마르셀.최성용.김두현이 차례로 성공하며, 이민성이 크로스바를 맞힌 포항에 앞섰다. 하지만 김병지가 수원 김진우의 슛을 막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스스로 마지막 키커로 나선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는 이운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승팀 수원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한국 2장)을 손에 넣었으며, 남은 한 장은 14일 본선의 막을 올리는 FA(축구협회)컵 우승팀이 가져간다.

수원=장혜수.강혜란 기자 <hschang@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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