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핵심부품 세계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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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S’를 내세워 애플 ‘아이폰4’에 맞서겠다는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지나친 걸까.

삼성이 믿는 구석이 무언지 그 일단이 드러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삼성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9.2%로 처음 1위에 올랐다. AP는 스마트폰의 반응속도 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의 스마트폰용 AP 점유율은 2007년 5.3%에 지나지 않다가 2008년 24.1%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30.9%),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28.2%)에 이어 3위에 오르더니 지난해에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스마트폰 부품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의 AP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미국 애플 아이폰은 물론 삼성의 스마트폰에 부품 공급을 꾸준히 늘려온 덕분이다. 삼성은 애플이 2007년 6월 시판한 애플 아이폰 초기 제품부터 지난해 6월 출시한 아이폰3GS까지 AP를 공급해 왔다. 특히 삼성은 통신용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대업체인 영국 ARM의 최신 코어(Core)를 기반으로 45나노 저전력 공정을 적용해 전력 소모를 낮추면서도 1㎓의 컴퓨터 프로세서 동작속도를 낼 수 있는 AP를 개발했다. 이 부품은 삼성이 ‘바다(Bada)’라는 자체 플랫폼을 장착해 최근 각국에 선보인 스마트폰 ‘웨이브폰’과 최근의 ‘갤럭시S’ 등 삼성 자체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김춘곤 과장은 “그동안 AP제품을 일류화 품목으로 육성하려고 멀티미디어 동영상 압축·재생과 3D(3차원) 그래픽 성능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 스마트폰에 삼성의 자체 AP가 실린 건 2008년 말부터다. 이전에는 미국 퀄컴이나 TI 등 해외 글로벌 비메모리 업체 제품을 주로 써왔다. 하지만 2008년 말부터 AP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삼성 ‘옴니아2’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이폰 같은 글로벌 히트 상품보다 늦게 삼성의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이다. 전성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8년부터 삼성이 자체 스마트폰 개발에 힘을 쏟은 데다, AP는 경쟁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점이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삼성의 AP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2억2500만 대에서 올해 2억8600만 대까지 늘고, 2013년에는 5억8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A는 삼성의 갤럭시S에 대해 “탄탄한 판매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차세대 전략폰인 ‘아이폰4’의 인기도 역설적으로 삼성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이 아이폰4에 들어가는 AP를 위탁생산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애플은 한편으로 큰 부품 고객사라 직원들에게 애플과 관련된 불편한 말을 삼가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병주 기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Application Processor)=스마트폰이나 디지털TV 등에서 동영상·그래픽·사용환경 등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 기능을 지원하는 비메모리반도체 부품.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인간에는 두뇌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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