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함께한 나눔 '아름다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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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가게가 지난 2년간 ‘뷰티플 파트너’로 활동하며 가게 발전에 도움을 준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초청해 8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성 래미안 문화관에서 ‘아름다운 결산’행사를 갖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자, 200만원입니다. 더 안계십니까."

"…허허, 이번에는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네, 그럼 심수관 선생의 백자 화병은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님의 양보로 이범택 크린토피아 회장님께서 가져가시겠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성 래미안 문화관'. 수십 차례 땀을 쥐게 하는 시소 끝에 45만원에서 시작된 경매물건의 주인공이 결정되자 모인 사람들이 환호를 터뜨렸다.

이날 행사는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2002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2년여 동안 가게를 도와준 '뷰티플 파트너'인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초대한 '아름다운 결산'. 이용섭 국세청장, 최기문 경찰청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등 100여명의 '천사'들은 모델하우스 벽면에 커다란 휘장처럼 나부끼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 현수막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가게 손숙.윤팔병 공동대표, 박원순 상임이사 등과 덕담을 나누었다.

지난해 '움직이는 가게' 1호 차량을 기증한 현대자동차 김동진(54)부회장은 "현대차가 기증한 1t 트럭 한 대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지 상상도 못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험한 일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헌 물건을 모아 직접 판매봉사도 하는 '아름다운 토요일'을 네번 치른 대우건설의 김기동(53)부사장은 "회사 임직원들 사이에 나눔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내년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국에서 온 한국존슨의 폴 리차즈(43) 대표도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는 영국의 옥스팜과 여러모로 비슷하다"면서 "2년 만에 나눔 문화를 자연스럽게 정착시킨 한국 사회의 저력이 매우 놀랍다"라고 평했다.

가게는 이날 이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의 귀한 기증품을 2년간 모아온 '아름다운 곳간'의 문을 활짝 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큰스님이 30년 동안 지녀온 백팔염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증한 김영희 작가의 닥종이 공예품 등 7점이 경매에 부쳐졌다. 조훈현 9단이 사인한 바둑판 등 다양한 기증품도 저렴한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날 경매와 판매를 통해 얻어진 990만원은 내년 설날을 앞두고 열리는'아름다운 나눔 보따리 대행진'에 보태진다. 벼룩시장 수익금 등으로 쌀.김치.비누 등 생필품을 구입해 보따리에 담아 어려운 이웃과 단체 1000여 곳에 나눠주는 행사다.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는 "지난 2년간 행사를 통해 모은 수익금 5억7000만원 전액을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전달해왔다"며 "앞으로 아름다운 가게가 더욱 커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형모.이원진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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