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로봇 개발 마이크로로보트 김경근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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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로보트 김경근 사장이 청소 로봇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마이크로로보트의 김경근(45) 사장은 '1가구 1청소로봇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바닥재(장판)에 붙여진 특수 바코드를 길잡이 삼아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청소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 마이크로로보트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이 로봇은 값 비싼 눈(렌즈와 센서)을 장착하지 않아 70만원대에 보급할수 있다"며 "이 로봇의 길잡이 역할을 할 '바코드 바닥재'도 잉크로 인쇄하기 때문에 기존 바닥재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로보트는 직원이 21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다.

1986년 대학을 졸업한 김 사장은 서울 시흥동 공구상가에서 공장자동화(FA) 장비업체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다음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출발은 산뜻했다. 그러나 88년 어음 사기에 말려 회사가 넘어졌다. 김 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김 사장은 "빚을 갚기 위해 6년 동안 다른 공장자동화 업체에서 월급쟁이로 일했지만 재기의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95년 마이크로로보트를 새로 만들었다. 부도의 아픈 경험으로 그는 다시 사업을 하면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먼저 현금으로 거래하는 사업에 주력했다. 또 21세기형 첨단제품을 개발해 새 시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김사장은 대학생들에게 현금으로 물건을 팔 수 있는 교육용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객을 모으려고 하이텔 등 온라인 문자통신망에 동호회 모임도 만들었다. 대학가에 교육 로봇이 잘 팔렸다. 또 고객이 대학생에서 초등학생까지 넓어졌고, 매출은 매년 늘어났다. 김 사장은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 여러 기업이 무너졌던 외환위기 직후에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교육용 로봇으로 매출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2002년 말 청소 로봇 개발에 나섰다. 김사장은 "지난 5월 제품화에 성공해 기술을 특허 출원했다"며 "건자재 업체인 한화종합화학과 손잡아 청소 로봇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로보트의 자본금은 13억5000만원이다. 김 사장이 주식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개인투자가(19%)와 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청소 로봇은 교육용 로봇을 만들고 있는 중국 항저우(杭州) 인근 공장에서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로보트의 목표는 세계적인 로봇 메이커로 성장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청소 로봇에 이어 보안경비 로봇도 개발 중"이라며 "직원 21명이 21세기 가정 로봇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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