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美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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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미파(憂美派)가 미국에 등을 돌렸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역사학·사진)가 지난 3일 영국 주간지 옵서버에 '미국은 길을 잃었나'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케네디 교수는 미국에 대한 최근의 국제여론을 ▶할리우드나 팝스타에 열광하는 친미파▶이슬람 원리주의자 같은 반미파▶미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우미파의 세가지로 분석하고, 미국에 우호적이던 셋째 부류가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점을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對)테러전을 수행하면서 군사기지 확보 등 필요할 때는 동맹국을 찾다가도 부담스러워지면 언제든 떠나는 미국식 일방주의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국제전범재판소 설치, 교토의정서 파기, 유엔 분담금 축소와 같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면서 '위선적'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케네디 교수는 지적했다. 세계총생산의 30%, 국방비의 40%를 차지하는 초강대국 미국은 그에 걸맞은 책임있는 리더십과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케네디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이 우미파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공정성·개방·인권 등 과거의 미국적 이상들을 회복해야 한다고 케네디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세기 동안 우드로 윌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존 F 케네디가 '미국 제일주의'를 거부하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설파해 국제사회에 감명을 줬다"면서 "지구 전체의 운명을 고민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고 부시 행정부에 충고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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