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소식끊긴 달 탐사 로봇, 다시 모습 드러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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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 17일, 소련 우주선 '루나17'은 달 탐사로봇 '루노호트 1'을 달 표면에 내려놓는다. 그 뒤 11개월 동안 이 로봇은 모스코바 과학자들의 실시간 조종을 받으며 달 표면을 7마일 탐험했다. 정보를 무더기로 전송해온 이 로봇은 내세울 것 없는 소련 달 탐험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 로봇은 없어졌다. 누가 가져간 게 아니라, 정보 전송을 중단한 것이다. 우주 탐색 로봇에선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올 봄, 나사의 달 정찰 우주선이 달 표면에서 이 로봇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로봇이 아직도 지구를 향해 레이저 빔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새 것처럼 말이다.

나사는 이에 앞서 루노호트1의 위치를 추적하려고 시도했었다. 이번에 로봇을 포착함으로써 루노호트1의 좌표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위치를 확보한 이후, 나사는 뉴멕시코의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에 있는 3.5m 망원경으로 레이저 신호를 보냈다. 놀랍게도, 탐사로봇의 역반사장치는 천문대로 밝고 선명한 레이저 신호를 되쏘았다.

루노호트1 다음으로 달에 착륙한 로봇으론 1973년 착륙한 루노호트2가 있다. 이 로봇의 위치는 오랫 동안 알려져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더 나이든 로봇인 루노호트 1이 루노호트 2보다 훨씬 더 강한 신호를 보내온다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UC 샌디에고의 톰 머피는 "우리가 여러해에 걸쳐 노력한 끝에 루노호트2로부터 받은 가장 선명한 신호는 750광자 정도이지만, 루노호트1은 맨 처음 시도에 2000 광자의 신호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40년의 침묵 끝에 할 말이 많았나보다"고 덧붙였다.

루노호트1의 신호가 왜 훨씬 나은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사는 이를 통해 다른 반사체들이 달 표면에서 시간을 보냄에 따라 신호가 약해지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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