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200대가 모이면… 韓·日 월드컵 앙상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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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첼리스트들은 잘도 뭉친다. 로스트로포비치·요요마 등 내로라하는 전세계의 첼리스트들은 1994년부터 세계첼로대회(WCC)에 모여 함께 연주한다.

첼로가 독주악기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백년 전. 첼리스트는 앙상블로 기본기를 다져온 까닭에 대부분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남의 소리에도 귀기울일 줄 안다.

첼로는 현악기 중 가장 음역이 넓어(5 옥타브) 앙상블에 적격이다. 가성(假聲)에 해당하는 하모닉스로 만들어내는 높은 소리도 악기 몸통의 풍부한 울림 덕분에 부드럽게 들린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첼리스트 2백여명이 한 무대에 선다. 오는 10일 요코하마(橫濱)의 가나가와(神奈川)겐민(縣民)홀에 이어 4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양국 첼리스트들이 '첼로의 대합창'을 펼친다. 일본 공연에는 한국 연주자 30명, 한국 공연엔 일본 연주자 50명이 참가하고 첼리스트 야마모토 유노스케(山本祐ノ介), 서울 공연은 첼리스트 나덕성(중앙대 음대 학장)씨가 각각 지휘봉을 잡는다. 02-399-1706.

프로그램은 다비드 풍크의 '모음곡 D장조', 피첸하겐의 '아베 마리아', 클렝겔의 '찬가',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제1번'중 제1악장 등. 이밖에도 피아졸라·마스카니·요한 슈트라우스와 한·일 가곡 메들리를 들려준다. 2000년 한국첼로협회(회장 나덕성) 창립기념 공연 이후 서울에서 1백명 이상의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코하마 공연에 참가하는 서울첼리스텐(리더 나덕성)은 오는 11일 도쿄(東京)카잘스홀과 13일 고베(神戶)분카홀에서 베토벤의 '헨델의 유다스 마카베우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브루흐의'콜 니드라이', 한국 가곡·민요 메들리 등으로 단독 무대를 꾸민다.

18세기에도 보케리니 등이 첼로 앙상블을 위한 작품을 남겼지만, 첼로 앙상블의 붐을 일으킨 것은 72년에 창설된 '베를린필 12 첼리스트'다. 첼로 앙상블을 위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율리어스 클렝겔(1859~1933)의 '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다. 각 악기가 서로 다른 선율을 연주해 독주와 앙상블의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한·일 친선 첼로 콘서트의 한국측 대표를 맡은 첼리스트 나덕성씨는 "첼로만큼 평화·화합·사랑·우정 등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악기도 없다"며 "앙상블에선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요하지 않고 아마추어와 함께 무대를 꾸밀 수 있어 첼로 음악의 보급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첼로 앙상블 연표

▶1972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베를린필 12 첼리스트'창단공연

▶1985년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트,'예일 첼로'앙상블 창단

▶1988년 서울첼리스텐(리더 나덕성)창단

▶1992년 독일 포츠담에서 3백41명의 첼리스트 공연

▶1993년 독일 크론버그 첼로페스티벌 창설

▶1996년 부다페스트 헝가리 첼로 오케스트라 창단.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론도 비올론첼로 창단

▶1998년 일본 고베에서 지진 난민 돕기 자선공연으로 1천13명의 첼리스트 연주(세계 최대 규모의 첼로 합동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오름)

▶1999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야외무대에서 독일연방 50주년 및 통독 10주년 기념으로 로스트로포비치 등 첼리스트 1백60명 합동 연주

▶2000년 한국첼로협회 창립 공연서 첼리스트 1백13명 공연. 일본 오이타(大分)에서 첼리스트 1백여명,화산 폭발 피해자 자선음악회

▶2002년 요코하마·서울에서 2백여명의 첼리스트 한·일 친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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