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신의 표상" 빅토르 위고 추모열기 탄생 200주년 맞아 행사 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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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85)의 탄생 2백주년을 맞은 프랑스는 요즘 온통 위고의 물결로 뒤덮여 있다. 전국 거리마다 그의 초상과 작품에서 따온 경구 등을 실은 포스터가 붙어 있고 서점에는 그의 작품들과 새로 출간된 비평서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읍·면 단위의 소규모 지자체들까지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올 한 해 동안 이미 열렸거나 예정돼 있는 토론회·전시회·영화·연극·독서회·시낭송회 등 위고 관련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2백건이 넘는다.

어느 하루도 위고 추모 행사가 열리지 않는 날이 없다는 얘기다.신문들은 앞다퉈 위고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집판을 냈으며 방송들도 여러 나라에서 수차례에 걸쳐 영화화된 『레미제라블』 『노틀담의 꼽추』등의 각 버전을 번갈아 방영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문화부와 교육부는 청소년들에게 위고의 작품과 활동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각급 학교는 국어 시간마다 학생들의 나이에 맞는 위고의 시를 가르치고 외우게 하고 있으며 위고의 일생을 소재로 한 사생대회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위고의 정치·사회 투쟁을 변호하는 변론대회도 예정돼 있다.

이러한 위고 열기를 정치인들이 놓칠리 없다. 위고 기념회 회원이기도 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25일 위고의 출생지인 프랑스 동부 브장송에서 열린 전야제에 참석, 위고를 찬양함으로써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대선을 두달 앞두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도 각종 행사에 참석, 저마다 칭송 발언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상원의원들은 위고의 망명지였던 영불해협의 채널 제도를 방문, 정의와 인권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정신을 기렸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위고의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은 그가 '프랑스의 셰익스피어'에 비견되는 대문호여서만이 아니다. 그는 자유·평등·박애를 주창한 논객이자 정치인·혁명가로서 오늘날의 정치·사상·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친 '대양(大洋)과 같은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30대에 이미 프랑스 학술원 회원이 된 그는 정계에 입문한 뒤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항거,20년의 망명생활을 해야했다. 불후의 명작 『레미제라블』이 집필된 것도 그 기간 중이다.1870년 파리로 돌아온 뒤 그는 여생을 사형제 폐지, 빈민구제, 의무교육, 언론자유 등 민주주의· 인권운동에 바쳤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전에 파리 중심의 한 거리를 아브뉘 빅토르 위고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는 서거 후 프랑스를 빛낸 위인들의 유해를 안치하는 팡테옹에 안장됐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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