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에 '24년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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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던 조부 또는 증조부의 활동을 젊은 세대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하고, 그 후손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 주어라."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할아버지가 죽기 전 손자에게 한 말이다.

손자는 24년째 이 유지(遺志)대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연당(硏堂) 이갑성(李甲成·1981년 작고)선생의 손자인 조양국제종합물류 이재현(60·사진)대표가 그다.

당시 李대표는 사업을 막 시작해 넉넉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뜻대로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는 일은 내가 평생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1978년 12월부터 매달 장학금으로 1백만원, 재단설립을 위한 적립금으로 1백만원을 광복회에 내놓고 학생 선발 등 실무를 모두 광복회에 위임했다. 지금까지 매년 중·고·대학생 10여명씩 모두 3백여명이 대학생은 연간 2백만원, 중·고생은 40만원씩 '연당 장학회'의 혜택을 받았다.

외환위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도 李씨는 장학금 주는 것을 중단하지 않았다.

요즘 李씨는 조금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 장학회를 하던 78년부터 매달 조금씩 저축해 광복회에 기탁해온 것이 어느덧 2억5천만원. 여기에 조금 더 보태 재단법인을 세워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칠 구상을 하고 있다.

33인 중 한 명인 나인협 선생의 아들 나상윤(85)씨는 "두 손자가 모두 연당 장학회 혜택을 받고 대학에 재학 중"이라며 李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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