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국·북한도 안보 위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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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0일 최대 위협국으로 규정해온 러시아 외에 중국과 북한을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추가하는 내용의'신 방위계획대강'을 확정 발표했다. 또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전후 일본의 모든 무기 수출을 금지해 온'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일 정부는 이날 안전보장회의와 각료회의를 거쳐'신 방위계획대강'과 이를 토대로 한 '차기 중기방위력 정비계획'(2005~2009년)을 승인했다.

9년 만에 개정된 대강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중대한 불안정 요인이며 중국군의 근대화와 해양자원 활동 범위의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중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안보 불안요인으로 규정했다. 또한 중장기 방위정책의 방향을 기존의 '기반적 방위'에서 순발력과 기동성을 갖춘 '다기능.탄력방위'로 전환했다.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전수(專守)방위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대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를 중장기 방위정책의 뼈대로 삼아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호위함 4척과 지대공(地對空)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 3개 부대를 MD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신 육상 자위대 정원은 현재 16만명에서 5000명을 줄이고 전차.전투기.호위함 등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의 해군력에 대처하기 위해 잠수함은 16척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일 정부는 또 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 MD 구축을 위한 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생산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일본은 1967년 ▶공산국가▶유엔이 정한 국가▶국제 분쟁 당사국 등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으며, 76년부터는 그 밖의 국가에 대한 수출도 자제키로 했다.

동시에 MD 외에도 미국과 공동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무기 및 테러.해적 대책 지원을 위한 무기 수출 등은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예외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뉴스분석] 중 군사력 확대 경계 … 대미 결속은 강화

일본'신 방위계획대강'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중대한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기존 방위계획대강에는 러시아만이 명기돼 있었다. 북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을 공식적인 위협국으로 간주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일본의 위기의식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대강은 "중국은 핵과 미사일 전력, 해군 및 공군력의 근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양의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중국 핵 잠수함이 일 영해를 침범한 사건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놓고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 정부는 "착실하게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안전보장 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을 뿐"(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이라고 해명했지만 중국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제한적이나마 '무기 수출 3원칙'이 무너진 것도 눈에 띈다. 미사일 공동 개발과 생산 참여를 요구해 온 미국과 일본 내 군수업체들의 강력한 희망이 반영된 것이다. 또 일본은 MD 구축과 관련된 무기 생산 외에도 테러 대비 등을 명분으로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MD 구축을 중기 방위력 정책의 근간으로 규정함으로써 미국과의 군사 결속을 한층 강화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도움을 얻어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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