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코리아'에서 '다대송'까지 역대 월드컵 응원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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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함께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것은 흥겹고도 짜릿한 응원. 20002년 온국민을 하나로 몰아넣었던 붉은 물결의 응원은 세계인의 시선을 '코리아'로 쏠리게 했다. 응원에 즐거움과 흥분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응원가다. 이번 남아공월드컵 대회는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많은 연예인들이 참가해 응원가를 쏟아내고 있어 대회를 기다리는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역대 주요 월드컵 응원가를 되짚어 본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오~ 필승코리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 막마의 공식 응원가는 윤도현 밴드 버전의 '오~필승코리아'였다. 유럽에 널리 퍼진 작자 미상 노래를 부천 서포터스가 응원가로 만들었고, 이를 붉은 악마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응원가로 개사했다. 이는 윤도현을 일약 국민가수 반열에 올려 놓은 계기가 됐고 당시엔 '아리랑'도 많이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평생부를 아리랑을 그 때 다불렀다"고 말한다. 거리마다 넘실거리는 붉은 물결과 서울 시청앞 광장에 운집한 거대한 붉은 파도는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등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그 순간만은 이념도 갈등도 사라지고 온 나라가 하나가 됐었다. 마침내 '4강'이라는 신화까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애국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록 밴드 위주의 가수들이 응원가를 많이 불렀다. 붉은 악마의 공식 응원가였던 버즈의 'Reds go together'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고, 록 음악답게 강렬하고 패기 넘치는 곡으로 대 유행을 낳았다. 아쉬웠던 점은 이 대회에서는 기업체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오 필승코리아'를 부르지 못하게 된 점이다. 대신 윤도현 밴드는 '애국가'를 록버전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이밖에 싸이의 'We Are The One'와 인디밴드 트랜스픽션의 '승리를 위하여'도 힘이 넘치면서도 따라부르기 쉬워 큰 인기를 얻었다.
2006년 월드컵 때는 인지도가 높은 가수보다는 상대적으로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가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따라서 다 같이 소리 지르고 뛰어다닐 수 있는 성격이 짙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선 역대 대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응원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 눈에 띈다. 카라, 2AM, 슈퍼주니어, 티아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수가 아닌 김연아가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다.

붉은 악마의 공식음반의 대표곡은 트랜스픽션의 'The Shout of Reds'다. 이 노래는 한 통신회사의 광고에서 황선홍 밴드가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다. 또 트랜스픽션이 빅뱅, 김연아와 함께 '승리의 함성'을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았다. 이밖에도 2AM의 'No.1', 카라의 'We're with you', 슈퍼주니어의 '빅토르코리아', 티아라의 'We are the one'등도 주목받는 응원가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싸이와 김장훈 콤비는 '울려줘 다시 한번'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과 함께 월드컵 송으로 유명한 Pet shop boys의 '고 웨스트'를 변형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노래는 '다대송'으로 줄여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노라조의 '자블라니 잡아라', 박현빈의 '앗 뜨거 월드컵' 등 셀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파격적 출연진의 뒷면에는 2002년부터 계속되어왔던 SKT와 KT의 월드컵응원가 경쟁이 숨어있다. SKT와 KT의 경쟁은 월드컵 시즌 때마다 축구경기 못지않게 숨 막히는 ‘전쟁 속의 전쟁’이다. 2002년에는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로 SKT가 먼저 깃발을 꽂았고, 2006년에는 버즈의 'Reds Go Together'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KT(당시 KTF)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럼 2010년은 어떨까? 우선 SKT는 응원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일명 ‘다대송’)'과 '울려줘 다시 한 번'을 발표하였다. 응원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듀오 김장훈과 싸이, 걸 그룹 트렌드에 맞게 브라운아이드걸스와 포미닛까지 합세시켰다.


이에 비해 KT는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인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최진철로 구성된 이른바 ‘황선홍 밴드’를 결성하여 'The Shout of Red'라는 곡을 발표하였다. 거기에 덧붙여 이른바 ‘황새춤’으로 2006 꼭짓점 댄스에 이은 새로운 응원 댄스를 만들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에서도 김연아, 빅뱅의 조합을 앞세워 응원가 경쟁에 동참하였다는 점이다. 노래도 좋지만, 현대자동차는 우선 김연아, 빅뱅만으로도 초반 시선끌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이로써 응원가 경쟁은 투톱체제에서 쓰리톱체제로 바뀌면서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KT의 'The Shout of Red'곡을 가수만 바꿔 공유함으로써 상대적으로 SKT는 불리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게 되었다.

두곡 다 부르기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벌써부터 인터넷 상에는 어떤 곡이 더 좋은 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해가 거듭될수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더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월드컵 응원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2006년 버즈의 'Reds go together' 등 전작들의 인기를 되짚어 봤을 때 2010년 응원가 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과연 올해에는 또 어떤 응원가가 국민 응원가가 되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명지대학교 최현아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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