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돋보기] "환자에 다른 치료법 설명, 선택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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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고법 민사9부는 9일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반신마비가 된 A씨(66.여)가 수술을 받은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병원 측은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에게 종양 제거 수술의 후유증을 알렸으나 수술 외에 방사선 시술 등 다른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환자에게 치료방법과 부작용을 알려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사의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1997년 12월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MRI 검사 도중 왼쪽 소뇌에서 종양을 발견, 이듬해 1월 B병원에서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으나 뇌출혈이 발생해 현재 언어장애와 오른쪽 반신마비, 왼쪽 안면마비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A씨와 가족들은 2002년 법원에 "A씨의 뇌종양 크기가 작아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가 가능했는데도 수술을 받는 바람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병원의 의료 과실이라는 A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술 과정에서 의사의 뚜렷한 과실이 보이지 않았으며, 방사선 치료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을 택한 의사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B병원의 의료진이 설명 의무를 어겼다고 인정했다. 당시 A씨의 상태로 볼 때 종양제거 수술, 방사선 시술 등이 모두 가능했던 만큼 의료진이 A씨와 가족에게 다른 치료법에 대해서도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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