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낮아진 리츠 되살아날까 <부동산투자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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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업계 움직임이 바빠졌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말 첫 일반리츠 공모에 실패한 이후 침체에 빠진 리츠업계를 살리기 위해 초기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는 쪽으로 부동산투자회사법을 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이르면 이달 말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국회 심의를 거쳐 연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개정안 중 상장조건을 완화하는 것은 금융감독원 협의에 따라 3월 말~4월 초 시행될 수도 있다.

◇법 어떻게 바뀌나=일반 리츠사 설립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소 자본금을 5백억원에서 3백억원으로 낮추고 부동산 현물출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상장 후에나 현물 출자할 수 있던 일반 리츠도 회사 설립 때부터 가능해져 자본금 마련 부담이 줄어든다.

일반 리츠사는 총 주식의 30% 이상을 일반 공모로 모집해야 상장할 수 있었으나 이 법이 개정되면 10% 이상만 공모하면 상장할 수 있다.

발기인의 자본금 전액을 상장 후 1년간 매매할 수 없도록 한 '보호예수 규정'도 5% 이상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나 경영진에 참여하는 발기인으로 한정키로 했다.

건교부는 일반 리츠의 법인세도 감면할 방침이다. 건교부 토지정책과 박성진 서기관은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와 일반 리츠의 세제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안에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꾸도록 재정경제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 재기의 날갯짓=업계는 이 안대로만 통과하면 일단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다. 에이팩리츠 백덕기 사장은 "상장과 보호예수 규정만 바뀌어도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R리츠·에이팩리츠 등 일반 리츠 회사와 코람코 등 CR리츠 회사는 개정 방침에 발맞춰 잇따라 일반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SR리츠는 총 5백억원 중 2백50억원을 3월 말~4월 초에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할 예정이다. 이 회사 전용수 대표는 "장묘개발 사업과 호텔·외국인 임대사업을 바탕으로 펀드를 구성할 예정이며, 연 12~15% 정도의 배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자본금 일반공모에 실패했던 에이팩리츠는 교보증권을 주간사로 일반 리츠 5백억원 중 3백50억원을 다음달 초 다시 공모한다. 코람코는 다음달 11~12일 이틀간 '코크렙 1호'의 2천3백40억원 중 2백40억원을 일반에 내놓는다.

장교동 한화빌딩·마포 대아빌딩·여의도 대한빌딩을 임대하며 산업·한빛·조흥·하나은행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한국토지신탁도 3월 공모를 목표로 'K1 CR리츠'준비에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와 중림동 빌딩 2개를 대상으로 5백억원 규모의 회사를 만들 방침이다. 코리츠도 오피스빌딩을 자산으로 1천억원 규모의 CR리츠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법 개정과 별도로 주식시장 등 외부 여건이 리츠 성공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리츠 김우진 대표는 "법이 개정되면 참여 업체들이 늘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식시장이 상승세여서 기대만큼 잘 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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