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테러전 공조 상반된 기류 : 아시아 '순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과 유럽의 대(對)테러전 공조체제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유럽이 이라크 공격 계획과 '악의 축' 발언 등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에 연일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동북아 3개국 순방을 통해 아시아와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순방외교로 결속을 다지는 한편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큰 동남아 제국과는 군사협력을 신속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초 6개월 활동 예정으로 필리핀에 6백60명 규모의 군사고문단을 파병했다.

미국은 또 말레이시아·태국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고,인권시비로 군사교류를 중단해 왔던 인도네시아와도 장교들을 대상으로 테러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이미 미군 2백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싱가포르와도 군사협력을 강화해 싱가포르항에 미 항공모함이 드나들 부두를 추가건설했다.인도와도 지난해 12월 전례없이 강도높은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고,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도 미군기지를 신설하거나 기존기지 사용권을 획득했다.

미국은 중국까지도 적극적으로 대테러전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미국은 중국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과격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을 탄압하는 것을 묵인해 주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대테러전 지지를 이끌어냈고,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군사협력관계 수립을 제의했다.

대테러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빠르게 세력을 늘려가고 있고,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협조하는 대가로 군사훈련과 장비 면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