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와 대화·교류 뇌 化 막는 비타민<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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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인체의 근육과 뼈는 나이가 들면서 퇴화한다. 근(筋)섬유는 위축되고, 뼈의 밀도는 엉성해진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운동이다. 근육과 뼈에 강도 높은 자극을 계속 가하면 70대에도 젊은 시절의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도 자극을 주면 근육처럼 부피가 늘어나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뇌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어 기억력과 사고력이 점차 퇴화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나이가 뇌 발달에 별다른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프린스턴대 뇌 연구실장인 엘리자베드 굴드 박사는 원숭이 실험을 통해 대뇌 피질(皮質)에 매일 수천개의 신경세포들이 생성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뇌 피질은 사고·학습 등 높은 지적 기능을 수행하는 부위. 이는 4세 이후 더 이상 뇌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엎는 것이다.

또 뇌는 쓰면 쓸수록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신경세포 가지가 늘어나고 두꺼워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버클리 의대 마리온 다이아몬드 박사팀은 늙은 쥐 4마리를 젊은 쥐 8마리와 함께 살도록 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뇌 무게를 달아봤다. 그 결과 젊은 쥐의 경우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늙은 쥐의 뇌 무게는 10% 증가했다는 것. 이는 뇌에 자극과 즐거움을 주면 나이가 들어도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의 노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은 대인 관계를 늘리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것은 뇌의 노화를 막는 '비타민'이다. 젊은이들이 잘 쓰는 단어·노래, 나아가 게임 등을 익히고,청소년들과 어울릴 수 있는 동호회에 들어가 교류를 갖는 것도 좋겠다.

일본의 경우는 치매 방지 등을 위해 노인들에게 외국어 학습을 적극 권장한다. 유머를 익혀 남을 웃겨보는 것도 좋겠다.

호기심을 갖고 손으로 작업을 하는 것도 뇌의 퇴화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다이아몬드 박사팀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장난감을 넣어준 쥐 그룹의 뇌 무게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10% 무거웠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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