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특별회견> "대화하자는 北전화 받은 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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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아사히 신문의 다카나리타 도루입니다. 일본의 대테러전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본의 협력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자위대 함정을 파견하고 도쿄에서 아프가니스탄 부흥 회의를 주최하는 등 약속한 지원을 모두 수행했습니다.(대테러전 공조에 대한)우리의 관계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중앙일보의 김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한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북한이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좋은 질문입니다. 첫째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매우 존경합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주목할 만한 인물이며 이는 그가 가진 용기의 산물입니다. 둘째로 나는 북한과 접촉하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휴전선 너머에도 이같은 정신이 있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金대통령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북한 사회는 투명하지 않은 데다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북한이 통일을 향한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말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저 역시 한반도가 통일되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일찍이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의지를 갖고 있고 또 확산을 계속하는 것을 제가 우려하는 데 대해 (한·미 양측이)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든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金대통령에게 아주 정중한 방법으로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 방문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문은 처음입니다. 저는 또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한쪽에선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고, 투옥되고 있으며, 자유롭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부(富)와 기회를 누리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왜 그런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바로 자유 때문입니다. 한국 지도자들이 자유를 포용하는 반면 다른 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자유를 강력히 옹호합니다. 저는 자유의 편에 강하고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그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에 달려가고 싶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의 왕파언입니다. 중·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미국은 일본·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과도 우호적이고 솔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회담에서 무역 문제를 논의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조약의 정신이 유지되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특히 이미 합의한 대로 콩·쇠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이 중국 시장에 수입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대테러 전쟁을 강력하게 지지했습니다. 장쩌민 주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레그 추아입니다. 만약 일본 경제가 계속 침체에 빠져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과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저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일본 경제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부실 채권이 문제입니다. 내 친구(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제 회복은 아프리카 지원 등 인도적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미국 제조업체들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엔화 가치 하락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정·금융 정책들을 계속 강구할 것이지만 화폐 가치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악의 축'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정책이 대화에서 대결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까.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저는 한국인들에게 제가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모든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를 것입니다. 이는 우리 세대에 자유가 널리 퍼지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투명성이 부족한 데다 국민을 가두고 굶주리게 하며 동시에 무기 증강을 하는 나라들이 우려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유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일부 국가에 대해 도덕적 발언을 했습니다.

확실히-잘 들으십시오-우리측 제안은 여전히 대화입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다룰 의제들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지만 저는 북한에서 '대화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만일 북한과 대화할 경우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뒤로 물린다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엔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 정부가 많은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는 (북한의)총구가 서울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화와 화해·햇볕정책을 믿는다면 북·미 대화에서 우리가 그에게 말할 것 중 하나는 재래식 무기를 철수하라는 것입니다."

-중·미 관계에서 대만 문제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중·미 관계 강화를 위한 미국의 대만 정책은 무엇입니까.

"정직하게 열린 대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설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을 지지하는데, 대만이나 중국 어느 한쪽이 도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엔화 가치는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까지 엔화 약세를 용인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부가 올바른 재정·금융 정책을 사용한다면 시장은 올바른 해답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도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으로 내릴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일본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이에 시장이 적응할 수 있게 한 뒤 환율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김진 특파원)

"또 다시 북한으로 되돌아가는군요. 북한에 관한 질문이 연속 세번입니다."(웃음)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제가 金특파원에게 재미 있으라고 놀린 겁니다. 저한테 집요하게 따져 묻는 기자들을 콕콕 찌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세요."(웃음)

-만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긍정적인 포용의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반복해 말하거니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바랍니다. 만일 그들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포기하고 투명하게 검증 절차를 밟는다면 우리는 당장 경제 교류를 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우리가 북한에 상당한 식량 원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제가 그들에게 특정한 딱지(악의 축)를 붙였지만 그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자유가 없고 지독한 기아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 대해 비통함을 금치 못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식량을 제공해 왔습니다. 만일 (북한이 무기 확산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북한이 국제 사회의 가족이 되고 그에 따른 모든 이익, 다시 말해 무역·상거래·교류 등을 얻도록 돕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하는 것은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서울을 겨냥해 막대한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북한 정권입니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희망합니다. 누군가의 머리에 장전한 총을 겨누고 있다면 한반도에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대북 협상은 제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지역 문제까지 다뤄야 합니다. 지역 문제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을 말합니다. 이는 복지 등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는 돈이 국방 예산에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저는 북한과의 대화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의미 있고 건설적인 것이 되길 바랍니다. 金대통령이 추진해 온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재개되길 바랍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이 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북한이 더 투명해지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멈출 때까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 관계를 늘려갈 수 있습니까.

"저는 중국의 WTO 가입을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입 의정서에 담겨 있는 정신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은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중국 상품도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양국간 무역이 신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중국 내 종교 상황이 중·미 관계의 심각한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십니까.

"저는 종교 문제에 대해선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 교회와 중국 정부 간 대화가 용이해지도록 도울 것이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교적 자유가 보장될수록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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