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北 대량살상무기 해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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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낮 청와대로 각계 원로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조언을 듣고 국론통합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참석자는 강영훈(姜英勳)·이홍구(李洪九)전 총리와 서영훈(徐英勳)대한적십자사 총재, 정대(正大)조계종 총무원장, 이상훈(李相薰)재향군인회장, 김경원(金瓊元)전 주미대사, 강문규(姜汶奎)새마을운동중앙회장, 김동완(金東完)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 김종수(金宗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이다.

金대통령은 "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북·미간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말하고 문서로 전달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미국측에 설명했다"고 거듭 밝혔다.

金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도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했으나 데탕트로 풀어냈고, 닉슨 대통령이 국교도 없던 시절 중국으로 건너가 변화를 이끌어냈다. 레이건·닉슨 대통령 모두 공화당 출신"이라고 말해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에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설득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김정일 위원장에게 '의구심(skepticism)'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주의자가 공산주의자를 못 믿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못 믿는다는 것과 평화와 국가이익을 위해 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구분하기도 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사태 이후 대단한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그런 충격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우방으로서 충분히 위로하고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원 전 대사는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고, 테러에 반대하며,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은 우리의 관심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정대 스님은 "힘있는 미국의 '악의 축'발언에 대해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걱정이 많다"고 했으며, 악의 축 발언 당시 평양에 있었던 강문규 회장은 "북한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관련된 남한의 방송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남쪽에 많이 의존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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