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평가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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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어른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에겐 뭐가 있다고 말하나요. 신용이 있다고 하지요. 또 신용이 없는 사람은 조심하라는 말도 들어봤죠.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용이 돈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죠. 어떤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 날짜에 돈을 갚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돈을 빌린 뒤 이자는 물론 원금을 갚지 않기도 합니다. 돈을 제대로 갚지 않는 사람들은 신용이 없기 때문에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하죠. 이들은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은행 거래를 할 수 없게 되고 취직할 때 불이익을 받는 등 상당한 차별을 당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이유로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틴틴 여러분, 이렇게 용어가 사라진다고 금융거래 연체자들의 신용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은 잘 알고 계시죠. 신용이 나쁜 사람들은 앞으로도 은행대출이나 카드발급에 계속 제한을 받게 됩니다.

왜냐고요? 개인신용정보회사(CB)가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CB는 크레딧 뷰로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인데, 직역하자면 '신용정보 안내소'쯤이 되겠습니다. CB에 물어보면 틴틴 여러분의 아빠나 엄마의 신용정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한 눈에 아느냐고요? CB들이 여러분 부모님의 모든 금융거래와 상거래 자료를 수집해 돈을 잘 갚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파악해두고 있기 때문이죠.

우선 은행을 볼까요? 은행에서는 개인들이 대출하거나 예치한 돈의 규모가 낱낱이 기록되고 대출금에 대한 연체 내역도 다 나오게 됩니다. CB는 또 신용카드를 통한 현금서비스와 물품 구매, 백화점 카드를 이용한 물품 구매 기록도 확보합니다. 심지어 개인들이 통신회사에 연체시킨 휴대전화 요금도 CB의 자료로 흡수됩니다.

이렇게 개인들의 금융거래와 상거래 정보를 수집한 CB는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놓고 개인들의 신용에 등급을 매깁니다.

돈을 빌리면 꼬박꼬박 갚고,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많지만 연체가 없으면서 은행에 예금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최상위급의 등급을 받게 되겠죠. 반면 380여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은 어떻습니까. 은행에 예금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연체기록이 많아 최하위 등급이 매겨질 테죠. 신용등급은 최고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여러분 부모님의 신용등급은 어느 정도가 될지 궁금하죠? CB에는 20세 이상 모든 성인의 신용정보가 수집돼 있기 때문에 개인신용정보회사의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물론 1만원 내외의 연간 회원비를 내는 유료랍니다. CB가 신용정보를 모으려면 직원을 고용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 수수료를 받아야 질 좋은 신용정보를 계속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CB의 주요 고객은 누구일까요? 바로 CB의 회원사들인 은행.보험사.카드사.증권사.자산운용회사 등 금융회사입니다. 여기에 백화점이나 이동통신회사.쇼핑몰업체 등도 CB의 고객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회원들은 CB에 자기네 회사가 갖고 있는 고객들의 거래정보를 제공합니다. 독자적인 정보만으로는 개인들의 신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CB에 정보를 모아주는 것이죠. 그러면 CB는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게 돼 정확한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거래 고객이 경제활동인구보다 많은 2500만명에 이르지만 CB의 도움없이는 대출 고객의 신용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행에서는 예금이 있고 대출 이자도 제때 잘 내고 있지만, 다른 보험사에서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또 다른 신용카드사에서 연체를 하고 있다면 신용이 나쁠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금융회사나 백화점 등은 CB에 자기네 회사의 거래정보를 제공해 더욱 풍부해진 신용정보를 되받아오는 것입니다.

현재 이런 역할을 하는 CB 운영회사는 한국신용정보(한신정)와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 등 2개사가 있습니다. 또 국민.우리.신한.삼성카드.LG카드.서울보증보험.농협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세번째 CB 회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CB회사에서 정보를 사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설립한 CB를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틴틴 여러분, 이제 CB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러분도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신용카드 이용실적과 은행 거래 실적 등이 CB로 모이면서 개인신용등급을 받게 됩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하듯 개인의 신용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외환위기 때 신용등급이 나쁜 기업들이 돈을 빌리지 못해 도산한 것처럼 CB 등급이 나빠지면 은행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답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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