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야당 "고이즈미 물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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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경제정책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며 총리 퇴진까지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전 외상 경질 후의 지지율 하락으로 자민당 내 반대파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고이즈미의 구조개혁정책을 지지해온 민주당마저 비판에 합세함에 따라 고이즈미 정권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총리 물러나라"=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6일 중의원에서 경제운영 실패와 '일본 비정부기구(NGO)의 아프간 재건회의 참석 거부사건'을 이유로 "총리가 지금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현재의 경제 악화는 총리의 위기의식 결여로 빚어진 경제 무책(無策)의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구조개혁과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올해부터 신규 국채 발행액을 30조엔 이하로 묶으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제까지의 지지 입장을 바꿔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쪽으로 궤도수정키로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6일 "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인 민주당으로선 계속 높아지는 실업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재정지출 확대, 경기 활성화를 요구해온 자민당 내 고이즈미 반대파들의 압력이 더욱 거세져 총리의 정권운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내각 흔들기=다케베 쓰도무(武部勤) 농림수산상의 사퇴 문제를 놓고 고이즈미와 자민당 내 반대파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4일 광우병 파동을 이유로 국회에 제출한 다케베 불신임안은 자민·공명·보수 등 연립여당의 반대로 일단 부결됐다.
그러나 반대표결은 형식에 불과했다. 자민당 내 하시모토(橋本)파 등을 중심으로 "다케베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주변에서조차 "문제 있는 각료는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
그러나 다케베가 물러날 경우 다른 경제각료도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도미노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고이즈미 정권으로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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