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자막, 맞춤법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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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맞춤법이 틀리는 자막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게시판이나 옴부즈맨을 통해 자주 지적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방송된 'MBC 놀러와'에서는 ‘이거 봐야되요?’, ‘비서는 24시간 상시 저와 같이 있어야 되요’란 자막이 나왔다. 의문형 종결어미의 형태는 '-어요/-아요'다. 이 경우에는 '-어요'를 쓴다. 그래서 ’되어요‘라고 적어야 한다. '돼요, 봬요, 좨요, 쇄요' 같은 방법으로 줄여 쓸 수 있다. '되요'라고 쓰면 틀리고 ‘돼요’로 고쳐 써야 맞다.


지난 5월 16일에 방송된 'KBS 1박2일'에서는 ‘과연 잘 할런지?’와 ‘꿈쩍도 않하던 사람들이’라는 자막이 방송되었다.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하여 의문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ㄹ는지’를 쓰는 것이 맞다. 따라서 '할런지'는 ‘할는지’와 같이 표현해야 옳다. 또 ‘꿈쩍도 않하던 사람들이’란 자막 역시 틀린 표현이다.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가진 문장으로 만들 때는, ‘안’을 용언 앞에 놓는 방법과 용언의 어간 뒤에 ‘-지 않다’를 붙이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용언 앞에는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 ‘안’이 오고, 용언 뒤에는 보조 용언 구성인 ‘-지 않다’가 오게 된다. 따라서 ‘꿈쩍도 않하던 사람들이’는 ‘꿈쩍도 하지 않던' 이나 '꿈쩍도 안 하던'으로 써야 옳다.


지난 5월 22일에 방송된 'SBS 붕어빵'에는 ‘이 시간을 빌어 꼭 전하고 싶었던 한마디’라는 자막이 나왔다. '빌리다'의 여러 가지 뜻 가운데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가 있다. 그러므로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할 때에는 '빌어'가 아니라, '빌려'로 써야 한다.

인터넷 ID mini9924인 시청자는 해피투게더 게시판에 '대체 언론고시에 합격하신 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맞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큰 영향력을 지닌 방송국에서 일 하시는 분들이……한글 맞춤법 틀리고 순화되어야할 말을 계속 방송에 내보내셔야 되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의 한 작가는 “자막은 보통 종편(마지막 편집) 직전에 PD 혹은 작가가 혼자 쓰게 됩니다. 자막을 따로 감수해주는 사람은 없고, 자막을 쳐주시는 분이 자막을 칠 때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방송은 특히, 예능 같은 경우 일주일에 한편씩 촉박하게 편집되고, 방송되기 때문에 여러 번 검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자막을 넘기는 피디 혹은 작가 역시 맞춤법을 따로 공부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중파 예능 작가는 “예능프로에서 자막오기는 실수입니다. 실수를 제외한 경우는 작가의 의도로 문법을 파격한 자막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걸 그냥 자막오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의 자막은 문법교과서가 아닌, 오락적인 화면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게 제1의 원칙이고 사명입니다. 그걸 아는 작가나 피디들이 의도적으로 변칙적인 단어와 문법을 구사하기도 합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명지대 정은지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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