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군기 빠진' 환구시보

중앙일보

입력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최근 한국 주요 일간지 인터넷 판 톱기사로 올라간 일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5월26일자 사설에서, 사건의 책임을 발뺌하는 북한의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북한이 외부세계의 의혹에 성의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 사설은 지금껏 북한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중국의 입장변화를 나타내는 '신호탄'라는 분석이 한국에서 우세하였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전문지다.
하지만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을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환구시보 논설은 한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확인질문들이 쏟아졌다 5월27일 김영선 대변인이 단지 중국내의 '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하자, 기자들이 오히려 못 믿어 했다. 한 기자는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데 그게 어떻게 일부 시각이 될 수 있냐?"고 반박을 했다.
환구시보의 내부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인연이 조금 있어, 그쪽 중국기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보았다. '한국신문에 큼지막하게 났다'고 하니 그쪽에서는 '어머 그래?'라고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 보았다. 사설의 내용이 '위쪽'의 의견이냐고?
답변이 의외였다. "우리가 그냥 쓴건데..."
이것은 그 뒤 그쪽에 커피한잔 하러 가면서 재확인 하였다. 한 책임자는 '앞으로 우리신문의 변화를 천천히 느껴보라'는 화두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 '정부입장 대변'이란 공식이 서서히 와해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군기빠진'환구시보에게 한 번 당한 것이다. 그런데 이 군기빠진 모습이 더 좋아보이는 것은 왜일까?

자유기고가=써니 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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