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 결산<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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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번 북중미 골드컵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취약점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또 한편으로는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을 위한 희생양 정도로 여겼던 미국이 결코 녹록지 않은 팀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팀이 앞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과 예상 외로 강한 미국팀의 전력을 상·하로 나누어 점검한다.
| 북중미 골드컵 대회에서 한국팀은 골 결정력 부재, 수비라인의 집중력 부족, 플레이 메이커 및 리더의 부재라는 '3불()현상'으로 매 경기 허덕거렸다. 앞으로 남은 4개월간 어떤 형태로든 이를 극복 혹은 보완하지 않으면 16강의 꿈은 일찌감치 접는 게 나을 것이다.
◇골 결정력 부재=경기당 0.6골의 빈공(貧攻). 그러나 대표팀 관계자들은 해외진출 선수들이 합류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 가운데 스트라이커형 골잡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 대표팀의 공격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전형적인 골잡이. 상대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다 발에 걸리면 골을 터뜨리는 유형으로 최용수·김도훈·이동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황선홍·설기현·안정환 등은 상대 수비를 한두명씩 달고 다니며 상대를 괴롭히다가 자신이 직접 슈팅을 날리거나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스트라이커형 골잡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번 대회에 골잡이형 선수들만으로 팀을 구성,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선수가 없었고 결국 밀집 수비에 막히게 됐다.
◇수비의 집중력 부족=대표팀은 지난해 9월부터 스리백 일자수비를 활용, 나이지리아·세네갈·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거치며 점차 안정된 수비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중앙수비수 자리도 유상철·송종국이 맡으면서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코스타리카전과 캐나다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표팀의 한 수비수는 "공격이 부진하다보니 우리의 공격 가담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 공격을 막아 공격진으로 공을 올려보내도 골이 안 터지니 더 급속히 지치는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공격력의 부재가 결국 수비의 집중력까지 떨어뜨린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전술상의 실수다. 코스타리카전 때 상대가 스리톱을 내세우자 히딩크 감독은 수비를 포백으로 변환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평소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던 포백이 되자 역할분담이 불분명, 우왕좌왕하게 됐다.
◇플레이메이커와 리더의 부재=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구성되다 보니 위기상황에서 팀을 이끌 선수가 없었다. 코스타리카전이나 캐나다전에서 득점 또는 실점 상황 직후 상대에게 골을 내준 것은 바로 리더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준 장면이다. 플레이 메이커 자리에 이천수·박지성·최태욱을 차례로 투입해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팀의 리더로서 홍명보를, 플레이 메이커로 윤정환·고종수를 합류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맡았던 유럽 팀들의 예를 들며 현 대표팀 내에서 이런 역할을 할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못박았다.
로스앤젤레스=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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