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투명필름 포장 … 펌프식 치약 용기 … 편하지요, 환경 돕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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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포장은 메시지다. 디자인이 주목받는 시대가 올수록 포장이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해진다. 지식경제부 주최로 1~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국제포장기자재전’, 여기서 접한 포장 디자인은 ‘효율’과 ‘친환경’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은 삼성전자의 ‘세탁기 수축 포장’(사진)은 효율을 극대화한 포장 기술이다. 세탁기는 네모난 종이 박스에 담긴다는 통념을 깼다. 위·아래 부분만 포장지를 덧대고, 나머지 부분은 투명한 저밀도 폴리에스테르(LDPE) 필름을 씌웠다. 덕분에 무게를 종전보다 40% 줄임으로써 운반·저장이 편리해졌다.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 허용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은 “비닐이 찢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기계로 작업하고) 사람이 손수 운반하는 건 매장에서 집으로 옮길 때뿐”이라며 “오히려 투명한 소재로 감쌌기 때문에 운반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상을 받은 애경산업의 ‘샤이닝 화이트’ 치약 포장재도 효율성을 높이려 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쓰는 치약 용기는 아무리 힘을 줘서 짜도 치약 마지막 부분이 조금 남게 마련이다. 평균 5g쯤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품은 펌프식 용기로 만들어 치약 잔량을 1g으로 줄였다. 이뿐 아니라 해외의 펌프식 용기가 평균 10개의 부품으로 만드는 데 비해 이 제품은 5개 부품이면 돼 경제적이라고 한다.

폐자재를 활용해 환경친화적으로 만든 포장재도 눈에 띄었다. CJ제일제당에서 개발한 ‘스팸 선물세트’ 포장재는 ‘햇반’에 쓰는 쌀을 도정할 때 나오던 쌀겨를 플라스틱과 섞어 만들었다. 자연분해가 빨라 친환경적이다.

학생들이 개발한 풋풋한 포장재도 있었다. 한양대 산업경영디자인대학원 학생들이 만든 ‘일체형 와인 패키지’다. 접착면 없이 종이 한 장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개발에 참여한 모유원(25·브랜드패키지디자인학과)씨는 “고급 와인용 포장재만 보게 돼 저렴한 와인을 예쁘게 포장하고자 하는 이들을 겨냥한 틈새 디자인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나경환 원장은 “포장은 이제 그 자체가 상품이다. 친환경 포장 기술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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