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민들 '야생마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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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의 보도(1월 1일자 1면 사진)를 통해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의 야생마를 보호하자는 운동이 주민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내촌면 번영회와 생활지도자협의회 회원 등 주민·공무원 20여명은 지난달 31일 세마리의 야생마가 살고 있는 속칭 윗괘석에 사료 두 부대와 소금 한 부대를 뿌려주었다. 말들이 눈으로 덮인 산에서 먹이를 찾지 못할 것을 걱정해서다.
주민들은 이들 야생마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자신들의 삶터가 덩달아 전국에 알려지게 되자 '야생마 보존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보호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곳 야생마는 현재 암컷 한마리와 수컷 두마리로 화천 군부대에서 진지 구축용 자재를 나르는 군마로 이용되다 20년 전 광암리 태백지구 축산단지로 이사온 열마리의 후손들.
야생화한 뒤 한때 18마리까지 늘어났었지만 지금은 이들 세마리가 전부다. 1991년 이 지역이 군부대에 수용되면서 산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밧줄로 잡아 제주도로 팔아넘겼기 때문. 당시 새끼를 밴 암말 두마리가 끝까지 잡히지 않았는데 현재 야생마의 나이가 어미말은 여덟살, 망아지는 세살인 점으로 보아 3대에 걸쳐 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날 산 정상 부근에서 야생마들이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내촌면 번영회장 박복규(55)씨는 "이곳이 군사훈련장이어서 말들이 계속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군부대 등과 협의해 지금의 상태대로 자유롭게 야생마가 살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은 물론 증식을 위한 노력도 하겠다"고 말했다.
홍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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