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문화 달라 프랑스에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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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8일 파리 소르본대에서 250여명의 학생과 교수 앞에서 ‘유럽 통합과 동북아 시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뒤 장 로베르 피트 총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고 있다. 파리=최정동 기자

프랑스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소르본대(파리 4대학) 강연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비교하며 우방의 다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학생이 "한국은 미국의 경제.문화적 영향이 지대한 걸로 안다"며 뼈 있는 지적을 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유럽의 반대 정서를 대변해 온 프랑스의 시각이 배어난 질문이었다.

◆ "친구 독점해선 안돼"= 노 대통령은 "내가 말을 잘못하면 섭섭해 할 미국 친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느 누구도 친구를 독점하려 해선 안 되고 독점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류하지 않은 문명은 다 쇠퇴했고, 한 친구만 계속 사귀는 것은 교류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친구와 교류 협력해 한국 문화를 더욱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 대해 우리가 보다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미국과 문화가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문화,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한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 정착에는 프랑스혁명 시대의 사상이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며 "프랑스 국민이 추구해 온 가치, 역사 의식, 문화를 부럽게 생각하고 그 같은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프 정상회담 후 오찬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6자회담의 평화적 해결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노 대통령이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가장 강도 높은 수식으로 지원을 선언해 전쟁.무력 행사에 의한 외교 목표 달성을 혐오해 온 프랑스의 입장을 감지케 했다.

◆ "북핵 해결되니 투자하라"=프랑스 경제인연합회 초청 조찬에서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가장 우려하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북한에 핵 포기 외의 다른 선택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심하고 투자해 달라"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우리 노사문화도 달라지고 있다"며 "타협을 배제한 강경 일변도 투쟁이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못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 이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노 대통령은 8일 오후 귀국한다. 11일간의 '아세안+3'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3개국 순방 일정을 마친 뒤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월 카자흐스탄 방문을 시작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원 확보, 통상증진 외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 온 3개 대륙, 11개국 순방외교를 끝마쳤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칠레 산티아고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으며, 중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의 정상들로부터 이 같은 원칙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또 라오스의'아세안+3'회의 기간 중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내년의 한.아세안 FTA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등 개방형 통상국가를 향한 의지를 가시화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한.일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차원에서 17~18일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현을 방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파리=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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