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열악한 학교 연 2억 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4일 오후 4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 변두리 주택가에 있는 이 작은 중학교가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의 첫 공식 방문지였다.

이 학교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아 ‘학력향상중점학교’로 지정됐다. 또 전교생 322명 중 60%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점심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교다. 곽 당선자는 “어렵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최고 수준의 공교육을 제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가 이 학교를 찾은 이유는 바로 자신이 중점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학교’ 때문이다. 그는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서울에 혁신학교 300개(초등 150개, 중·고 150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직후에도 “공교육의 첫 기능은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데 있다”며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학교 중 공진중처럼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공립학교의 새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경기도엔 현재 33개교가 지정돼 있다.

곽 당선자는 혁신학교에 연간 2억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학급당 학생 수도 30명 이하로 줄이고 우수 교원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대부분 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35명 이상이다. 수업도 토론 위주로 하고 학생별 맞춤형 지도도 시행한다. 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전담교사제도 도입한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교사들을 초빙할 수도 있다. 곽 당선자는 “교육여건은 어렵지만 교사와 학부모·지역주민의 개선 의지가 강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는 우선 내년에 혁신학교 50개를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300개를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경기도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학교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학급당 학생 수를 계획대로 줄이려면 교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 증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으로 교육감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 주변 환경의 개선 없이 학교에 대한 투자만으로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동국대 박부권(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만 투자를 한다고 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여건이 크게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주변 환경을 함께 개선하기 위한 방안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공진중학교의 한 교사는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일만 늘어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수련·박유미 기자

◆혁신학교=창의적 교육과정과 협동을 통한 배움을 강조하는 모델. 일본 도쿄대 사토 마나부(교육학) 교수가 공교육 개혁에 적용한 ‘배움의 공동체’가 원조다. 사토 교수는 1998년부터 수업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공립학교들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분당의 이우학교가 대표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