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지막 평가전서 세계 최강 상대로 자신감 충전…딱! 2002년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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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은 5일 오전 4시55분(한국시간) 독일 뮌헨 공항을 출발해 오후 3시25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다.

대표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아공행 장도에 올랐다. 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유럽 챔피언이자 남아공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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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전반에 2진급 선수를 대거 기용했지만 후반 중반까지 0-0 균형이 이어지자 유로 2008 득점왕 다비드 비야, 유로 2008 MVP 사비 에르난데스 등 특급 스타를 투입하는 다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페인은 후반 40분 나바스의 중거리슛으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경미한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주장 박지성은 “마치 2002 한·일 월드컵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 몫까지 후배들이 잘 싸워줬다.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쌓는 계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허정무 감독은 “스코어는 문제가 아니다. 경기 주도권은 스페인이 쥐었다. 하지만 우리도 90분 동안 2~3번이나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방향이 섰다”라며 “월드컵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가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스페인 델 보스케 감독도 “한국은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고 체력도 강했다. 2002년처럼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개막 직전 치른 프랑스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강이던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쳐 유럽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월드컵에 임했다.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프랑스전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폴란드는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국내 축구인 중에는 프랑스전에서 대패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와의 평가전은 결과적으로 폴란드전 2-0 승리와 4강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허정무 팀 분위기도 8년 전과 흡사하다.

대표팀은 요하네스버그 도착 후 1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루스텐버그로 이동한다. 해발 1200m 고지대인 루스텐버그가 월드컵 기간 내내 대표팀이 머물 베이스캠프다. 훈련도 이곳에서 하며, 포트엘리자베스와 더반에서 열리는 그리스, 나이지리아 전을 마친 후에도 루스텐버그로 복귀한다.

오스트리아에서 10일 정도 머물며 시차에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 오스트리아와 남아공은 시차가 없다. 남아공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루스텐버그 6월 평균 최저기온은 영상 6도다. 영하로 수은주가 떨어지기도 한다. 축구협회는 허 감독의 요청에 따라 겨울용 점퍼와 전기 담요까지 준비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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