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경제연 “제품에 서비스 입혀야 경쟁력 살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제품만 좋아서는 안 된다. 제품에 서비스를 덧입혀라.”

제조업에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서비스화(servicization)’ 바람이 불고 있다.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애플이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형원 수석연구원은 3일 ‘서비스화’가 제조업 성장의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과거엔 품질과 가격이 제조업체의 역량을 판가름했으나 최근엔 서비스 경쟁력이 좌우하고 있다”며 “제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로 경쟁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원 높은 애프터서비스=미국 농기계 업체인 디어앤드컴퍼니는 농기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모니터를 탑재했다. GPS로 농부가 있는 곳의 토양 산도, 유기물 함량 등을 파악해 가장 적절한 양의 비료·제초제 등의 영농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책가방 제조업체인 교와는 보안업체인 세콤과 제휴해 GPS를 부착한 책가방을 2005년 출시했다.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있는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위해서다. 가격은 3만~4만 엔으로 비쌌지만 2년 동안 1만 개가 팔렸다.

롤스로이스는 1996년 항공기 엔진의 판매가를 낮추는 대신 엔진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이 회사가 만든 3500여 개 항공기 엔진에서 수집한 6만5000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엔진 수리 여부를 결정했다. 그 결과 롤스로이스의 항공기 엔진 서비스 매출은 엔진 관련 총 매출의 59%를 차지했고, 항공기 엔진 시장점유율은 99년 27%에서 2009년 34%로 늘었다.

◆새로운 서비스 발굴=스위스 양말회사 블랙삭스닷컴((www.blacksocks.com)은 양말 배달 서비스를 한다. 양말 사는 것을 귀찮아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1년에 89달러를 내면 3켤레씩 세 번 배송해준다. 유럽 내에서만 4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세계 3대 시멘트 업체인 멕시코의 세멕스는 빈민가 주민들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빈민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축설계 조언을 해주고, 재료비를 대출하는 방식으로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신규 시멘트 수요를 창출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