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희망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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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31년 오늘 포르투갈의 타구스 강 어귀에서 강한 지진이 일어나 3만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꼭 1년 전 오늘에도 인도의 구자라트주와 파키스탄 국경부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만5천명이 희생됐다.

63년 전(1939년) 바로 어제는 칠레의 칠란 지역을 삼킨 지진이 2만8천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이보다 훨씬 앞선 6백54년 전(1348년) 어제 오스트리아에서 같은 재해로 5천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1월이야말로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다. 무려 83만명의 생명을 삼킨 지진이 4백46년 전(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山西)지방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였다. 1909년 같은 날 이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5천5백명이, 이보다 6년 뒤인 1915년 1월 13일 이탈리아에서 2만9천9백80명, 다시 2년 후인 1917년 1월 21일 인도네시아에서 1만5천명이 각각 같은 운명을 맞았다.

세계재해 통계를 보면 우연히도 1월 26일을 전후해 이같은 큰 지진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우리의 기억에도 새로운 고베 대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것도 1995년 1월 17일이었다. 당시의 희생자는 6천4백30명.

이밖에 1천명 또는 1백명 이하의 피해가 발생한 지진 등을 포함하면 1월은 결코 희망의 달이 아니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주 후반 아프리카 콩고의 동부 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해 사망자 40여명에 실종자 10만명 설이 나돌고 있다.

수십만명의 이재민들이 가족을 찾아나서며 울부짖는 모습이 안타깝다. 화산 폭발이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안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난 이같은 비극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각종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공통 주제는 역시 인간 본성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었다.7년 전 고베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일본인들 가운데 고독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 사태 이후 유족들의 큰 고통은 외로움과 불안이었다. 이러한 감정을 반영해 당시의 일본에서나 지금의 미국에서는 만남을 테마로 한 비즈니스가 번성했다. 인터넷에서의 매칭 서비스도 활발해졌다.

인생은 짧다, 서로 사랑하며 희망을 갖자는 것이었다. 지구상에서 유독 재난이 많았던 1월이 잔인한 달로 불리지 않는 이유는 소망을 품고 새해를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일에 너무 낙담하지 말고 희망의 날로 살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최철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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