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자 서평] 진화론에 대한 또하나의 시각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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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 진화론에 대한 또하나의 시각

풀하우스/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이명희 옮김/사이언스북스/1만5천원

지난 주 내보낸 『핀치의 부리』와 곁들여 읽어봄직한 진화론의 또 다른 명저. 단 진화론을 바라보는 시야는 사뭇 다르다.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진화생물학자 굴드는 진화론에 숨어 있는 진보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오만한 근현대의 인간 중심주의자들이 진화론을 '진보주의적 세계관'의 주춧돌로 만들어 버린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개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식의 혼란"이라는 지적이다. 대신 그는 진보란 선(善)이냐 아니냐 보다, 다양성의 증가라고 풀어낸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읽어내기에 무리없는 서술이다. 책의 만듦새도 훌륭하다.

*** 왼손잡이가 뭐 어떻다구요?

왼손과 오른손/주강현 지음/시공사/1만2천원

민속학자인 저자가 서양식 사고로만 본 생활사에 반기를 들고 내놓은 책. 오른쪽은 옳고.바름을, 왼쪽은 그릇됨의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을 언어.복식 등 문화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왼손잡이를 소수자 문화의 대표로 보고 있다.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민속 전통 세계관과 왼쪽에 대한 편견은 분명 모순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민속자료 연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인도.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도 조명하고 있다. 민속학자의 덕목이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식 사고로 사물을 보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 지구를 떠나 '나'를 발견하다

우주로부터의 귀환/다치바나 다카시 지음/전현희 옮김/청어람미디어/1만2천원

우주로 나간 비행사들은 지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특이한 체험을 했던 이들이 비행 전과 후에 보인 변화는 흥미롭다. 그리고 그 변화의 끝은 어떤 종교적 깨달음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게된다. 저자는 자궁과 같은 지구를 처음으로 벗어난 아기(우주비행사)의 탄생은 지금까지 인류진화사에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주장한다. 1983년 일본에서 출간돼 월간 아사히 선정 '일본을 아는 1백권의 책'에 선정됐던 이 책의 풍부한 예화와 쉬운 서술은 과학저널리즘의 독보적 존재라는 저자의 필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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