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는 맞수] 민형동·이남훈 유통업계 '10년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울산시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롯데백화점 울산점의 상권(商圈)경쟁은 불꽃이 튄다.

울산의 신흥 상업중심지에 터를 잡은 양 백화점은 서로가 울산권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생존권이나 마찬가지인 상권 경쟁의 선봉에는 독특한 영업전략으로 명성을 날리는 내로라하는 점장들이 지휘를 맡아 긴장감을 더한다.

그 주인공은 현대백화점 민형동(閔亨東 ·51)점장과 롯데백화점 이남훈(李南勳 ·50)점장.

이들은 지난해 2월 각각 울산점장으로 부임하면서 서로가 물러 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불붙기 시작했다.

이들 백화점은 삼산로를 사이에 두고 1백m 정도로 가깝게 마주선 양상부터 전운을 느낄 수 있다.

삼산동에 먼저 터를 잡은 현대백화점은 기존 상권을 보호하는 수성(守城)쪽이고 지난 8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은 상권확보를 위한 공세(攻勢)를 편다.

현대 閔 점장의 전략은 ‘단골 고객 입맛에 맞춘 서비스 감동’작전.

그는 “백화점 단골 고객들의 고급 취향에 맞는 명품 브랜드와 고품질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998년 주리원백화점을 인수한 뒤 울산에서 독점적인 영업을 해 왔다.이 때문에 백화점 인근 점포들과 함께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윈윈 전략도 추진했다.

閔 점장은 “현대백화점의 매출이 롯데 백화점 개점 후 삼산지역 상권을 북돋워 지난해 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 울산점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신격호 회장의 고향인 울산에 세운 기념비적인 유통·숙박·문화시설 복합단지.

롯데 李 점장은 부임 후 6개월간 백화점 매장시설을 갖추는 것부터 고객 유치까지 벅찬 일을 도맡아 지난해 8월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李 점장은 “유통업계의 선두 브랜드를 앞세워 개점 6개월도 안돼 현대의 아성 울산에서 25만여 명의 카드고객을 확보하는 등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백지에 고객의 이름을 하나씩 새기는 심정으로 고객을 모시는데 정성을 다 했다”고 말했다.

李 점장은 그러나 “지난해 추석 선물 판촉활동 등을 통해 울산지역에서 현대의 벽이 생각보다 훨씬 두꺼운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차별화 전략으로 판촉활동을 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롯데백화점 울산점의 롯데월드 광장을 판촉활동에 적극 활용한다.

특히 롯데시네마 ·공중관람차 등과 26일 문을 여는 롯데호텔을 포함,울산의 새로운 도심 복합생활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양 백화점의 첫 6개월간의 대결은 나름대로 모두 성공적이다.

현대는 상권이 더 활성화됐고 롯데는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점장들의 경쟁은 훨씬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굴지의 백화점업계 임원자리까지 비슷한 행보를 걸어 오면서 서로를 의식하는 사이가 됐다.

閔 점장이 5년간 현대백화점 영업전략 실장으로 있을 때 李점장은 롯데쇼핑 백화점 판매총괄팀장과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다.

울산에 부임하기전 1년간도 李점장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장,閔점장은 현대백화점 천호점장으로 같은 상권에서 한판 승부를 펼쳤었다.

閔 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마케팅 분야 석사까지 딴 전문 경영인이다.

유통업계서는 처음으로 98년 10월 상품판매와 서비스부문 ISO 9002인증을 획득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주역이다.

閔 점장은 지난해부터 건강한 생활문화를 위한 가족사랑 캠페인과 문화마케팅 전략으로 새로운 판촉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현대백화점 울산점 광고전단 표지는 상품광고가 아닌 행복한 가정을 모델로 삼은 가족사랑 캠페인이 실려있다.

李 점장은 실물경제에 능통한 경영 전문가다.

중앙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80년 1월 롯데쇼핑에 입사 후 기획실을 거쳐 마케팅부문장 등을 맡은 영업 실무를 담당해 왔다.

IMF로 경기가 침체된 98년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 백화점 경품 사상 처음으로 29평형 아파트·승용차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매출을 폭발적으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다.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를 위한 우수중소기업 살리기 대 바자회 등 행사를 기획,고용 ·생산 ·판매를 늘리는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폈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이들은 “필요 할 때 언제든지 전화로 의견을 나누고 한달에한번 정도 식사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閔 점장은 “현대백화점 고객의 독특한 취향에 맞춰 올해는 마케팅 전략의 고급화로 고객감동에 이은 고객 가족화 전략을 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李 점장은 “롯데백화점 울산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다시 찾아 오도록 고객에게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모시는 차별화 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