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소비 왜 중요한가] 부자가 써야 다른 계층도 소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꺼져가는 내수경기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선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여윳돈이 있는 계층은 고소득층뿐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득수준 하위 40%에 해당하는 계층은 수입에서 지출을 빼면 적자이거나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다. 중간 20%도 쓰고 남은 돈이 수입의 18%가 안 됐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다. 따라서 소비를 살리자면 상위 40% 계층의 지갑을 여는 게 관건이다. 상위 20% 계층은 하위 계층보다 많이 벌면서도 쓰는 데는 인색해 빈부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다른 소득계층의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경기에 민감해 경기가 나빠질 때는 먼저 줄어들고 좋아지기 시작할 때도 먼저 늘어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기범 연구원은 "과거 통계를 보면 고소득층의 소비가 움직이면 대략 1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중간소득과 저소득 계층의 소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중간소득과 저소득 계층의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도 고소득층의 소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지난 2분기 크게 둔화됐던 고소득층의 실질소비는 3분기 증가세로 다시 반전했다. 다만 고소득층의 실질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이들의 소비 향방이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소득층이 소비를 늘릴 여지가 있다는 것은 최근 국내외 소비 격차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소비는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지만 신용카드 해외사용액수는 지난 11월 사상 처음으로 7억달러가 넘었다. 이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게 앞으로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부자의 범위는=통계청을 비롯한 공식 통계에선 가구평균소득이 상위 20% 이내인 사람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가구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흑자액이 수입의 30%가 넘는 계층이다. 이 계층의 소비는 경기를 앞서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회사에서는 금융자산 5억원 이상을 일반고객과 구별해 프라이빗뱅킹(PB) 대상고객으로 분류한다. 최근엔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프리미엄급 고객으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는 부자의 기본조건으로 현금 10억원 이상을 소유한 사람으로 정했다. 백만장자(100만달러 이상 보유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국내에는 10만명 정도가 부자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